도심 흉물 전봇대..삶의 질 떨어뜨린다

 
 25일 오후 수원시 남수동 창룡문로  좌우측으로 전봇대와 전선이 어지럽게 연결된 뒤편으로 수원화성 동북노대(東北弩臺)가 보이고 있다. 최영호기자/[email protected]



“수원 화성의 명성과 전봇대는 어울리지 않아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이 어지럽게 방치된 전봇대로 인해 관광객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25일 오후 1시 30분께 수원의 상징이자 세계문화유산인 화성(華城) 연무대 앞.

야트막한 성곽을 중심으로 한 풍광을 느낄 새도 없이 16m 높이의 시장간선 8번 전봇대가 눈에 들어왔다.

8번 전봇대와 화성행궁 방향으로 17m 정도 떨어진 곳에는 같은 높이의 9번 전봇대가 솟아 있었다.

화성 연무대에서 화성행궁까지 950여m 거리 동안 도로 양 쪽에 세워진 전봇대는 모두 37개.

연무대에서 행궁으로 향하는 이 도로는 화성 성곽 안에 있을 뿐만 아니라 화성박물관과 재래시장 등과 연결되는 중요한 관광로다.

하지만 삐죽이 솟은 16m 높이의 전봇대와 이들 전봇대를 잇는 전선 등으로 경관이 심하게 훼손돼 있었다.

또 일부 전봇대에 ‘지게차 임대’ 등 불법 광고물이 나붙어 전봇대가 불법 광고물 게시판처럼 사용되고 있는 것도 심심찮게 발견됐다.

특히 전봇대는 지중화 설치가 가능함에도 불구, 지상 위로 나올 수밖에 없는 가로수와 신호등, 가로등 등 인근에 함께 심어져 지상 위 설치가 불가결한 설치물들까지 ‘도심 흉물’로 만들고 있는 실정이었다.

실제 화성박물관 인접도로 240여m 구간에는 전봇대가 설치돼 있지 않아 전봇대를 지중화했을 경우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예상할 수 있었다.

수원시 향토유적 5호 미륵당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미륵당(현재 법화당)은 조선 중기에 건조된 건축물로 마을 수호신인 2.19m 높이의 미륵불이 안치돼 있다.

하지만 미륵당 2.7m 앞에는 16m 높이의 산업간선 711번 전봇대가 세워져 있었고 711번과 5m도 채 떨어지지 않은 자리에 710번 전봇대가 또 심어져 있었다. 마을 수호신이 전봇대에 가려 있는 셈이다.

수원시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수원시내 자리한 문화재 주변에 전봇대가 어떻게, 얼마나 심어져 있는지 전수조사를 통해 현황파악을 완료할 계획”이라며 “현황을 파악한 후 문화재 인근 전봇대의 경우 옮겨 심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한국전력에 전봇대 이설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전수조사 때 통신선로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설 것”이라며 “이 또한 이설이 가능하다고 보이면 한전처럼 KT에 이설을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욱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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