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죽어서도 차등 대우

국적·신앙·신분 때문에 차별금지
법률상 내외국인 배상 차이 없어
산재보험 가입 안해도 보상 가능

2017년 7월 중국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였던 A씨. 그는 충남 서산시의 B주식회사 공사 현장에서 작업하던 중 밟고 있던 덮개용 패널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추락했고, 1년 후인 2018년 7월에 사망했다.

이에 A씨의 유족은 B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이들이 요구한 배상액 산정 기준은 인용되지 않았다.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국내 1·2차 산업 현장의 빈 일자리를 채우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고위험 현장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

산업재해를 당해도 충분한 배상액을 받지 못해 피해 외국인 노동자들과 유족들의 시름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4일 중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내국인과 외국인 노동자 간 모든 배상액에 차이가 있지는 않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2호에 의하면 ‘근로자’의 정의는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내용을 따르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자는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해 국적, 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 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둬선 안 된다.

이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는 합법이든 불법이든 관계없이 산재보험법 보상 보험금 대상에 해당한다.

또한 사업장이 산재보험 가입 신고를 따로 하지 않았더라도 근로자는 사고 피해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정민준 노동전문변호사는 "산재보험법에 따른 배상액은 내·외국인 근로자 간 차이가 거의 없다"며 "직전 3개월 치 임금을 평균 내서 계산하는 상시 근로자의 평균임금 산정 방법 등이 내국인, 외국인 노동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배상액의 차이는 산업 재해를 당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의 ‘일실이익’ 산정에서 나타난다.

장래에 얻을 일실이익 적용 차이
내국인은 월 기준 320만원 산정
빈국 불체자 경우엔 13만원 수준

일실이익은 피해자가 사고를 당하지 않았을 경우, 장래 얻을 수 있을 거라 예측되는 소득을 의미한다.

일실이익의 산정은 같은 외국인 노동자라 해도 그들의 ‘체류 형태’에 따라 달라진다.

피해 외국인 노동자가 국내에 영주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지고 있다면 내국인과 같은 산정 방법을 따른다.

하지만 피해 외국인 노동자가 불법체류자나 체류자격 외 활동자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국내에서 예상되는 취업가능 기간 또는 체류 가능 기간의 일실이익은 국내에서의 수입을 기반으로 한다. 이후에는 해당 외국인 노동자가 본국에서 얻을 수 있는 수입을 기초로 해 일실이익이 산정된다.

정 변호사는 "산업 재해를 당한 한국 노동자의 일실이익은 한 달 기준 약 320만 원으로 산정되지만, 경제 규모가 작은 국가의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라면 일실이익은 (우리나라의) 25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노동자의 본국의 1인당 소득 수준이 낮으면 낮을수록 산정되는 일실이익의 차이는 더 극명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러한 내국인과 외국인 간 배상액의 차이를 두고 일각에선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세금 안냈으니 금액차이 당연"
"미래 반영 합리적 산정법 필요"

시민 C씨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경우 당연히 배상액을 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내국인들은 지금까지 노동을 하면서 세금을 내왔지만, 외국인들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제호 이주민센터 ‘친구’ 상근변호사는 "산정 방법에서의 차이는 차별이라고 본다"며 "핵심은 이 사람이 장기적으로 한국에서 노동하면서 살아갈 것인지와 어떠한 합리적인 보상과 배상을 받았는가를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의 판례를 보면 외국인 노동자들은 우리나라에서 한정된 기관에서 필요한 노동만 제공하고 돌아갈 사람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앞으로 이 같은 시각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진·설재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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