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해 간음할 경우 처벌하는 ‘미성년자 의제강간죄’ 관련 형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달 27일 형법 제305조 제2항 중 ‘제297조, 제297조의 2, 제298조’에 관한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했다.

해당 조항은 19세 이상 성인이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해 간음이나 추행을 한 경우 상대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강간·유사강간·강제추행으로 간주(의제)해 처벌하도록 한 것이다.

1953년 9월 형법이 처음 만들어지던 때부터 2020년까지는 피해자가 만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인 경우에 이 법을 적용해 왔다.

2020년 ‘N번방 사건’ 등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 그해 5월 형법이 개정되면서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한 경우로 확대됐다. 다만 가해자가 성인인 경우로 한정된다.

이번 사건은 형법 개정 후 첫 헌재 판단이다.

헌재는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도 13세 미만의 사람과 마찬가지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없다"며 "설령 동의에 의해 성적 행위를 한 경우라고 해도 성적 행위의 의미에 대한 불완전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온전한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해당 조항은 날이 갈수록 그 수법이 정교해지는 온라인 성범죄나 그루밍 성범죄로부터 16세 미만의 청소년을 두텁게 보호하려는 데에 그 입법 취지가 있다"면서 "피해자의 범위를 ‘업무·고용·양육·교육 등’의 특정 관계가 있는 사람으로 한정해서는 입법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13세 미만과 달리 행위 주체를 성인으로 한정한 것에 대해서는 "연령이나 발달 정도 등의 차이가 크지 않은 미성년자 사이의 성행위는 심리적 장애 없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한 것이라 보고 이를 존중해줄 필요가 있음을 고려한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헌법소원을 제기한 A씨는 2020년 10월 15세의 피해자를 간음해 기소됐다. A씨는 해당 조항에 대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해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 비밀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대전지법도 형법 제305조 제2항 중 ‘간음’ 부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다.

신연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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