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청 합동분향소
26일 오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 로비에 마련된 화성 공장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방문한 추모객이 헌화하고 있다. 임채운기자

26일 오전 9시 10분께 화성시 마도면의 화성장례문화원. 장례식장의 각 호실은 텅 비어 있었다.

이날 고인의 인적 사항 등이 적혀 있어야 할 모니터는 꺼져 있었고 영정사진도 놓여 있지 않았다. 유족들의 울음소리로 가득 차 있을 것만 같던 곳은 오히려 고요함을 넘어 썰렁함까지 느껴졌다.

심지어 전날 이곳에서는 이번 화재로 가장을 잃은 유가족이 "아이들이 아버지의 얼굴을 아직 보지 못한 채 보내야만 했다"고 울부짖으며 관계자들에게 항의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오후 1시 30분께 경기도청 1층 로비에 마련된 ‘화성 공장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사고 희생자들의 위패와 영정사진 대신 국화만 빼곡히 놓여있었다.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가 발생한 지 사흘째이지만 사망자들의 신원 확인이 여전히 진행 중인 관계로 장례식장과 합동분향소에는 적막만 감돌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24일 발생한 화성 서신면의 일차전지 제조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로 총 23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쳤다. 사망자는 한국인 5명, 중국인 17명, 라오스인 1명으로 시신 훼손이 심한 상태라 현재까지 3명의 신원만 확인된 상태다.

26일 오후 화성시청에 설치된 서신면 전곡리 공장화재 추모 분향소에 조문객들이 방문하고 있다.설재윤기자
26일 오후 화성시청에 설치된 서신면 전곡리 공장화재 추모 분향소에 조문객들이 방문하고 있다.설재윤기자

화성장례문화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안치된 사망자들의 신원 확인이 되지 않아 장례식을 치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상복을 입고 합동분향소에 상주하던 도청 관계자는 "희생자들의 신원 확인이 되지 않아 영정사진 설치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애도 차원에서 우선적으로 분향소가 마련된 것이고 영정사진은 추후 신원 확인과 유가족의 협의를 통해 설치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합동분향소에는 상복을 입은 3명의 직원이 상주하고 있었으며, 이날 오후 2시께까지 30여 명의 도민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26일 오후 경기도청 1층 로비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 영정사진 없이 국화만 가득하다.김유진기자
26일 오후 경기도청 1층 로비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 영정사진 없이 국화만 가득하다.김유진기자

화성시청 1층 로비에 설치된 ‘서신면 전곡리 공장 화재 추모 분향소’에는 단체로 방문한 조문객들의 모습도 보였다.

그들은 침울한 표정으로 국화만 놓고 자리를 떠났다.

해당 분향소에 조문객으로 방문한 고용노동청 관계자는 "23명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며 "이번 사고는 사회 취약계층인 외국인 노동자들이 희생된 사고다. 앞으로 이분들이 안전한 일터에서 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김유진·설재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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