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경기도 파주의 보광사 대웅전 안에 보관돼 있다. 종의 명문에 제작자로 기록된 ‘설봉자(鑄成圖大匠雪峯子)’는 당시 승려 장인(僧匠) 집단을 이끌던 천보(天寶) 스님으로 추정된다. 푸른 색조를 짙게 띠고 있는 보광사종은 몸체가 아래로 가면서 밖으로 벌어져 전체적으로 중국종의 모습을 따르고 있다. 여기에 불룩이 솟아오른 천판 위로는 음통 없이 두 마리의 역동적인 쌍룡으로 구성된 용뉴가 네발로 천판을 딛고 있는 모습이다. 연곽과 연곽 사이의 여백 면에는 보살입상을 중심으로 그 좌, 우측에 범자문(梵字文)을 양각했다. 4구의 보살입상은 원형 두광에 통견(通肩)의 법의를 걸치고 합장한 모습으로 연화좌 위에 서서 몸을 우측으로 돌린 자세이다. 범자문은 몸체 상부에 1단 내지 2단의 둥근 테두리 안에 범자를 두르는 일반적인 17세기 범종 범자문과 달리 원권(圓圈) 없이 밑으로 내려진 글자로 새겨 있다. 쌍용의 용뉴와 용문, 파도문 등을 종의 몸체 전체에 빠짐없이 꾸미는 중국종을 따른 외래적 요소가 많이 반영된 작품이면서도 매우 도드라진 문양이 특징적이다. 종의 몸체 상부 한쪽이 문양 부분이 내려앉아 마치 손상된 듯 굴곡을 이루고 있는 것은 이 종이 제작 당시부터 이미 주조의 결함이 있었지만 그대로 봉안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다양한 내용의 명문과 범자문의 명칭을 기록한 점, 종신 전면에 빠짐없이 장식된 다채로운 문양은 17세기 범종 가운데서도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자료=파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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