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그의 저서 ‘변증법적 이론’에서 양질의 전환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양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질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이것이 양질의 전환이다." 일정한 양이 누적되면 어느 순간 질적인 비약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헤겔은 양질의 전환이 자연, 사회, 인간의 삶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물은 100도에 도달하면 액체에서 기체로 변화되는 양질 전환이 일어난다. 기업도 일정 수준의 매출을 달성하면 질적인 변화가 시작된다.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도 양질 전환의 한 예이다. 산업화 이후 인류가 축적한 양적 성장은 이제 질적 전환이 꼭 필요한 상황에 직면했다. 더 이상 양적 성장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면서 기후 위기라는 병적 증상까지 초래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질적 승화는 선택이 아닌 반드시 이루어야 할 필수과제가 된 것이다.

최첨단의 인공지능도 10의 22제곱의 연산 능력을 초월하면 이 역시 양질의 전환이 이루어져 창의성과 혁신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런데 인공지능을 개발한 과학자들조차 그러한 현상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러운 점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일반적으로 인간의 뇌와 유사한 신경망 구조를 가지고 학습과 추론을 통해 정보를 처리하는데 그 작동 원리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라고 한다. 이런 와중에서도 수년 내에 인공지능은 우리 생활에 깊숙이 스며들어 우리 신체의 일부처럼 활용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삶의 질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공할 무기로 돌변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KAIST 이광형 총장은 그의 저서 ‘미래의 기원’에서 인간과 유사한 자아를 가진 인공지능의 탄생을 예견했고, 종족 보존의 본능도 갖게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AI통제기술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인류가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로 진화되려면 지금의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질적 전환을 경험해야만 한다. 디지털 전환과 기술혁신 등은 이러한 전환을 촉진할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의 발달은 매우 유용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인공지능은 바다를 청소하거나, 기후 재해를 예측하거나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 빠른 시간 안에 인류의 모든 분야에서 창발적 가치를 쏟아내며 인류의 양질의 전환을 돕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엄청난 능력에 비해 윤리적 규범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어떤 위협에 휩싸이게 될지 모르는 상황을 시급히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인공지능이 윤리적 규범을 잘 따르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제사회는 성능개발에만 중점을 두고 있지 윤리적인 규범에 대한 논의는 이제 시작단계인 듯 하다. 이런 윤리적 규범을 논의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라 생각되는 것은 바로 국가적 관점을 뛰어넘는 지구적 윤리관으로의 상식의 질적 변화가 아직 제대로 일어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다. 지금의 상식은 국가적 관점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제문제도 이런 관점의 변화 없이 논의되고 있어 지지부진한 것으로 판단한다. 만약 지구적 윤리관이 상식이었다면 국가 이익을 앞세운 전쟁이나 기후위기 그리고 양극화 문제는 다른 형태로 해결책을 찾았을 것이다. 이제 양질의 전환에 걸맞은 윤리관 및 지향점 등 새로운 상식이 창발적으로 탄생해야만이 인공지능의 윤리적 규범도 제대로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그러한 지구적 윤리관을 인류가 상식으로 갖지 못한다면 기후위기 극복도 어렵게 되고 인류는 지속가능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인류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을 정리해 본다면 우선적으로 현실세계를 지속가능한 세계로 빠르게 전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두 번째는 디지털전환, 인공지능의 활용 등을 통해 질적인 전환을 가속화해야 하는 것이고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지구적 선을 추구하겠다는 목표와 지구적 윤리관을 상식으로 받아들이는 일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에 제시된 지구적 윤리관(Ethical)에 따라 지속가능한(Sustainable) 방법으로 지구적 선(Global Good)을 추구하자는 ESGG 프레임워크를 활용하여 가능한 많은 사람이 ESGG를 실천하기를 희망하며 이를 통해 하루 빨리 양질의 전환과정을 거쳐 새로운 시대가 창조되기를 희망한다.

전하진 SDX재단 이사장,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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