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사회의 가장 큰 축제는 음력 5월 모내기를 끝내고 풍년을 기원하는 기풍제와 10월의 추수 감사제였다. 우리 조상들은 논밭에 씨앗을 뿌리고 심을 때 그 해 농사가 풍년이 들기를 기원하는 잔치를 벌였고, 마찬가지로 끝나면 농산물을 잘 수확하게 해 준 하늘에 감사하는 축제를 마련하였다.

지금은 산업사회지만, 이렇게 열심히 혁신의 씨를 뿌리고 그 결과를 거두어 많은 소비자들에게 보이며 축제를 벌이는 행사가 있으니 올해 1월 9일부터 12일까지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2024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Consumer Electrics Show)"다. 올해 전시회의 5가지 핵심 키워드는 인공지능(AI), 모빌리티, 푸드·애그테크(Agtech), 헬스·웰니스테크(Wellnesstech) 그리고 지속 가능성·인간안보다.

전 세계 150여 개 국가에서 4,000개 이상의 기업이 참가한 가운데, 우리나라도 삼성, LG, 현대, SK 등 대기업과 중견, 중소기업 등 770여 개사가 역대 최대 규모로 참가해 정보통신기술(ICT), 가전 분야는 물론 모빌리티, 헬스, 미용 분야까지 외연을 확장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특히 올해의 슬로건은 모든 기술과 산업들이 모여 인류 문제를 해결하자는 의미의 "All Together, All On"으로, 그중 인공지능(AI) 기술발전이 다양한 산업에 가져올 변화에 주목하며, 무엇보다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생성형 AI의 빠른 성장 속도가 핵심 키워드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규모로는 역대 최대였지만, 방송사 뉴스나 언론 기사, 유튜브 참관기를 봐도 대기업, 중견기업 위주의 방송 분량과 홍보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 행사는 끝났고, 짐을 싸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그동안의 결실을 알리려고 이국 타지까지 떠나 노력한 다른 수백 개의 기업의 이름과 제품이 가볍게 다뤄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정부나 관련 지원기관에서는 디지털 마케팅 지원 및 교육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디지털 마케팅 아카데미’ 등을 체계적으로 계획해 중소기업들이 소셜 미디어, 온라인 광고, 검색 엔진 최적화 등 디지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은 대기업, 중견기업처럼 마케팅 전문가를 고용하여 운영하기란 쉽지 않을 테니 말이다.

둘째, 이를 기반으로 함께 홍보해 줄 수 있는 마케팅 허브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부, 산업통상자원부, KOTRA처럼 공신력 있는 정부 부처나 기관을 통해 체계적으로 검색, 활용, 콘택할 수 있게 통합 창구 기능을 활성화해 운영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금 현 정부의 과학기술 홀대 기조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 AI의 시대의 기술 경쟁력 확보에 수많은 외국 업체와 과학자들이 가능한 수학과 물리학 모두를 공부하라고 권하고 있다.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 해석학, 선형대수, 확률과 통계 등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어 학술연구 지원을 늘려도 시원치 않은 마당에 과학기술 R&D 예산을 삭감하고 연구개발 활동에 차질을 빚게 하는 등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모습이다.

오죽하면 1988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하르트무트 미헬(독일 생화학자)’은 이런 한국의 결정을 두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주류에 속하지 않는 연구 결과들이 더 중요한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라고 하고, 2006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조지 스무트(미국 물리학자)’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물리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한국의 눈부신 발전은 과학기술이 견인했다며, 이 발전의 방향을 강제하면 안 된다"라며 비판의 논조를 보였다.

싸이의 노래, ‘챔피언’에 이런 구절이 있다. ‘모두의 축제/ 서로 편가르지 않는 것이 숙제 / 다 같이 빙글빙글 강강 수월래.’ 편 가르지 않고 모두의 축제로 만들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게 많은 분의 관심과 응원이 둥글게 둥글게 펼쳐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형태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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