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이상 기후현상이 연일 보도가 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기후위기를 우리의 당면과제로 인식하는 이는 매우 적은 편이다. 나이가 든 분들일수록 ‘사는 동안 무슨 일이 있겠어?’라며 안일하게 생각한다. 국제사회의 대응도 과학자들의 예상에는 훨씬 못 미친다.

얼마 전에 끝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는 전 세계 160여 명의 정상들을 포함해 9만 명의 참가자가 2주간 기후위기 대응책을 논의했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며 미흡한 결과를 도출하고 말았다.

현재 과학자들이 말하는 지구 온도 1.5 상승 시기는 파리기후협약 당시에 2100년에 유지하려던 것이 목표였는데 이것이 70년이 앞당겨져 2030년 이전에 돌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따라서 인류가 극단의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2100년에는 약 3도 상승이 예상되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인류사회는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해수면은 1m이상 상승하고 전 세계 70% 이상의 인구가 초고온에 시달리게 되며, 극한의 태풍, 가뭄, 홍수, 식량난 등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이미 매년 점점 더 강하고 빈번한 기후위기 상황을 경험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일상은 그다지 변한 것이 없다. 그야말로 글로벌 공유지의 비극이다. 막연하게 뭔가를 하긴 해야 하는데 나 혼자 애쓴다고 해결될 것 같지 않으니 애써 외면 하는 것이다.

더욱이 각국 정부도 비슷한 생각으로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기후위기는 우주전쟁과 같아서 지구공동체 모두가 합심해서 대처해야 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응하는 철학과 거버넌스가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참혹하게 벌어지고 있는 전쟁도 모두 애국을 위한 전쟁이다. 그것이 지구를 황폐하게 만드는 것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어떤 국가도 자국을 위해서는 서슴없이 전쟁이든 원자폭탄이든 사용할 것이라 주장한다. 그것이 우리 모두의 공멸을 초래하는 것이라면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최강대국이라 자처하는 미국조차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정도이니 지구촌은 여전히 공동체 의식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없다. 이러다 보니 지금 수천 수만 발의 원자폭탄과 같은 온실가스 배출을 서슴없이 자행하며 우리 스스로를 파멸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더더욱 공포스러운 상황은 인류의 미래를 절망적으로 바라보는 기후낙담자들의 증가다. ‘지구는 글렀어!’라는 인식을 가진 자들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얼마 전 10개국 청소년 1만 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미 60% 정도의 청소년들이 인류가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따라서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들 기후낙담자는 앞으로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으며 이들은 시간이 갈수록 낙담수준이 아니라 절망 수준으로 악화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살, 학업포기, 취업포기, 결혼포기, 출산포기 등에 쉽게 동조할 것이고, 마약남용이나 각종 범죄에 쉽게 가담하게 될지 모른다.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는 건강한 정신이 사라지면 기후위기보다 더 무서운 디스토피아가 될 것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수백 명의 청소년이 게임하듯 쇼핑몰을 약탈하는 일이 확산되고 있다. 기후낙담자가 된 청소년들이 어떤 삶을 꿈꿀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겠는가.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교육과 사회제도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것은 100년 뒤의 일이 아니다. 바로 우리 앞에 닥친 현실의 문제다.

기후문제를 고려하지 않는 교육정책, 기업정책, 국가정책은 이제 현실과 동떨어진 무의미한 정책이 될 확률이 높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우리의 의식개혁이 우선되어야 한다. 의식의 전환과 함께 고탄소경제를 퇴출시키고 저탄소경제를 창조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우리 모두가 지구적 윤리관(Ethical)에 따라 지속가능한(Sustainable) 방법으로 지구적 선(Global Good)을 추구하는 즉 ESGG를 지향하는 지구인들에 의한 지구공동체를 건설하지 않으면 인류의 미래는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당장 이러한 개혁에 나서야만 한다. 인류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전하진 SDX재단 이사장, 객원논설위원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