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이 지난 19일 새벽 메시가 이끈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온 세계 축구팬들의 관심과 열광 속에서 치러진 이번 월드컵을 보고, 필자가 느낀 소회를 나누어 보고자 한다.

축구공은 둥글기에 누가 승리할지 변화무쌍하여 흥미가 있다. 또 운동장에서 아무런 무기 없이 육탄전으로 뛰면서 승부를 겨루고 한 명이 아니라 열한 명이 한 팀이 되어 조직적으로 협력하며 그 과정을 수많은 관중과 시청자들이 직접 쳐다보면서 응원하고 환호하는 과정을 공유하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묘미가 있다. 월드컵 경기는 최선을 다하면 누구나 승리할 수 있기에 꿈과 희망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먼저 이번 월드컵 경기에서 감동을 준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한국은 H조에 속해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과 리그전을 치렀는데, 객관적인 전력에서 포르투갈과 우루과이보다 한 수 아래라는 평가를 받아왔고, 가나도 만만한 팀은 아니었다. 1차전에서 우루과이와 비겼고, 2차전에서 가나에 패하는 바람에, 3차전 상대 강호 포르투갈을 꺾지 않으면 절대로 16강에 진출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직면하였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불가능은 없다는 정신력으로써 난공불락으로 평가되었던 포르투갈을 격파하고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준 우리 선수들의 꺾이지 않는 마음에 열렬한 찬사를 보낸다.

다음으로 피파 세계 랭킹 1위 브라질이 8강전에서 몰락한 것은 ‘겸손의 결핍’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강력한 우승 후보인 축구 최강 브라질은 한국과의 16강전에서 전반전에만 무려 4골을 성공시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러나 축구에 임하는 그들의 자세는 그들이 가진 축구 기술에 걸맞은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그들이 골을 넣고 나서 기뻐하는 것이야 인지상정이지만 도에 넘치는 무례한 세레머니는 보는 사람에게 인상을 찌푸리게 하였다. 감독까지 합세하여 줄지어 엉덩이를 흔들어댔다. 상대방인 한국 축구를 조롱한 것인지 자신들의 실력을 맘껏 뽐내는 것인지, 거기에서 스포츠맨십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경기인 8강전에서는 크로아티아에 패배하여 우승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맨유의 전설적인 미드필더인 로이 킨은 ‘브라질의 탈락이 놀랍지 않다. 브라질은 한국전에서의 댄스로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다’라고 비판하였다.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운동 경기에서도 상대방에 대한 겸양과 배려가 없는 오만한 행위가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웅변해 주는 것 같았다.

겸양이 부족한 예는 또 있다. 세계적 정상급 선수 호날두가 이끈 포르투갈이다. 호날두는 2019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팀 K리그와 그가 속한 유벤투스와의 친선 경기에서 애당초 약속과는 달리 경기에서의 노쇼로 축구애호가들로부터 ‘날강두’라고 불릴 정도로 비난받았다. 당시 그는 팬 사인회에도 나타나지 않았고, 심지어 경기장에도 지각하여 50분이나 늦게 경기가 시작되게 하였으며, 결국에는 집단 소송에 휘말리기도 하였다. 호날두는 이번 월드컵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자기 머리를 스치지도 않았는데 자신이 헤딩골을 넣은 것인 양 세레머니를 펼치는 바람에 논란이 되기도 하였다. 그는 세계 최고급 선수로서 포르투갈을 우승으로 이끌고 싶었겠지만 8강전에서 한 수 아래로 평가되었던 모로코에 패배하여 짐을 싸야만 했다. 축구 기술에 앞서 겸손한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이른바 카르마 월드컵의 한 단면이 되었다.

한편 메시가 이끈 아르헨티나는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아시아의 사우디아라비아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였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약이 되어 겸손한 자세로 후속 경기를 치르게 되었고, 덕분에 다음 경기부터 연전연승을 거듭한 끝에 36년 만의 우승컵을 거머쥘 수 있었다. 메시를 비롯한 선수들은 고물가·실업으로 어려움에 허덕이는 아르헨티나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바라건대 우리도 월드컵 우승을 꿈꿔야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도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 어떻게 우리가 우승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이 있다면 그러한 생각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우승에 대한 신념이 확고할 때 비로소 꿈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 꿈을 위해서는 선진 기술을 접목하여 유소년 시절부터 체계적으로 훈련하고 불굴의 투지와 겸손한 인격을 수련해야 한다. 그리하여 머지않은 장래에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우승의 꿈이 실현되기를 간절하게 소망한다.

위철환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전 수원 FC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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