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밝히기를 거부하는 인간 생체실험에 대한 기록은 아직도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일본군은 전쟁을 일으키고 나서 생체실험을 통해 세균전에도 대비하고 각종 의학적 연구자료를 수집하려고 골몰하였다. 그래서 아무도 알수 없는 비밀 특수부대를 만들었다. 하얼빈에는 731부대, 북경에는 1855부대, 장춘에는 100부대, 남경에는 1644부대, 광주에는 8604부대. 이들 부대들은 생체실험만을 하는 부대다. 그들은 인간생체를 마루타(丸太)라고 불렀다. 마루타란 통나무라는 뜻이란다. 생체를 생체로 보지 않고 아무 거리낌 없이 통나무로 보면서 실험하자는 뜻이다. 그 통나무는 어디서 구하는가. 주로 항일운동을 하던 각국의 애국지사들을 잡아 마루타로 삼았던 것이다. 731부대를 관장했던 일본 관동군에서는 주로 러시아인 중국인 몽골인 포로들과 조선의 항일애국지사들을 포로로 잡아 마루타로 삼았다.

‘이시이(石井)’ 부대라고도 불리우는 731부대에서는 병리연구와 약리연구 동상(凍傷)연구라는 특별한 프로젝트를 가지고 연구했다고 한다. 세균전을 위해서는 이에 대한 예방과 치료를 동시에 연구하지 않으면 안되었기 때문이다. 세균을 대량생산하면서 동시에 치료용 백신도 개발해야 했기에 그들은 쥐와 벼룩도 사육하였다. 동상연구는 군인들의 동상으로 인해 전력소모가 많았다는 경험에서 시작된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인류의 양심으로는 도저히 발상조차 할 수 없는 야만적인 실험이 버젓이 실시되었던 현장은 지금도 없어지지 않고 고스란히 보존되고 있다. 731부대의 비밀이 밝혀진 것도 전후 하바로프스크에서 열린 극동 군사재판에서였고 그곳에서 종사했던 일본인들의 증언에 의해서였다(이상 황의산).

아베총리는 몇년전 ‘731’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는 훈련 비행기를 타고 활짝 웃는 모습을 연출한 적이 있다. 무슨 이유로 하필이면 731이라는 숫자가 쓰여진 비행기를 타고 만면에 웃음을 지으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제스처를 하였는지를 상상해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서슴없이 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아베정권이 아무리 역사적 범죄 사실을 숨기려 해도 스스로에 의해 남김없이 밝혀지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미군포로에 대해서도 생체실험을 했다는 증언으로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얼마 전 필자는 수필가 정명숙 선생으로부터 일본의 베스트 셀러 작가 가지야마 도시유키(梶山季之)가 1962년 한국을 주제로 한 작품을 쓰기 위해 ‘사상계’ 장준하 사장에게 보내온 서신을 보여주기에 읽어 본적이 있다. 그 내용은 이러하였다.

“장준하 선생! 제가 원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자료입니다.

1) 창씨개명정책 때문에 자살한 설진영 가족이나 그 지인들. 2) 3.1운동시 일본유학생으로 독립운동을 계속한 사람(최팔룡같은 사람). 3) 3.1운동 때 제암리 사건으로 학살된 걸 목격한 자나 그 연구자. 4) 강제동원으로 징병훈련소에 간사람, 돌아 온 사람, 도망자등. 5) 해방 후 한국에 귀화한 일본인 부인들과의 만남이나 좌담 희망. 6) 김광식과 같은 한국작가와의 만남. 7)전쟁중 일본인 중학교에서 공부하고 현재도 활약하고 있는 30대의 저널리스트.

이런 자료들을 제가 원합니다. 조선을 식민지로 했던 시대에 저지른 죄상을 파헤쳐 일본인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나는 일본과 한국이 새로운 우정으로 맺어지기 위해서는 우선 지은 죄를 충분히 사죄하고 새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반성의 자료로서 이상의 사람들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고자 합니다. 작품 발표는 르포르타쥬, 소설 두 개의 형식으로 문예춘추에 게재할 예정입니다(하략). 1962년 가지야마 도시유키 배상”.

가지야마의 편지를 소개하는 이유는 가지야마처럼 양심이 살이 있는 일본의 지식인은 의외로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어서다.

 

김중위 전 환경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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