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흉물 전봇대 삶의 질 떨어 뜨린다



 

11일 오후 수원시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 인근 전봇대가 설치된 인도의 가로수가 고압전류 전선의 높이에 따라 베어져 나가 미관을 해치고 있다. 전 신기자/[email protected]



수원 도심의 대표적인 흉물로 지적되는 전봇대로 인해 가로수가 매년 기형적으로 잘려나가고 있다.

11일 오전 11시께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 수원종합운동장 남측 출구 앞 도로변.

수령이 수십 년 된 플라타너스 나무가 종합운동장 사거리부터 1번국도 영화초등학교 사거리까지 300여m 구간 인도에 식재되어 있었다.

10~15m 높이의 가로수는 수십 년간 무더운 여름철 쾌적한 그늘을 제공하고 도심 공해 속에서 공기를 정화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플라타너스 94그루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3그루가 수목 윗부분이 잘려나간 채 자라고 있었다.

고압 전신주의 배전선로와 엉킬 것을 우려해 매년 나무 상단을 잘라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쪽 거리의 나무는 13m 높이에 비해 3m가량 낮았으며, 전신주를 의식해 잘라낸 가로수는 기형적으로 자라고 있었다.

경기도교육청 사거리 인근도 사정은 비슷했다.

영화초교 사거리~교육청 사거리까지 인도 상에 심어진 은행나무 20그루가 윗부분이 잘려나가 정상적인 나무보다 3m가량 높이가 낮았다.

교육청 사거리~창용문 사거리(24그루), 교육청 사거리~보훈교육원(21그루), 교육청 사거리~장안문로터리(29그루)도 은행나무, 메타세콰이어 윗부분이 잘린 상태다.

이처럼 수원지역 대부분 수목들이 기형적으로 잘려나간 것은 특고압 전신주 때문이라는 것이 관련 공무원들의 설명이다.

이 전신주에는 2만2천900V(볼트)의 전압이 흐른다.

한국전력공사 경기본부에 따르면 한전은 매년 2~3월께 수원시의 승인을 받아 전문조경업체를 입찰로 선정한 뒤 가로수가 특고압 전신주의 배전선로에 닿지 않도록 수목 윗부분을 자른다.

한전이 지난해 수원에서만 가지치기한 가로수는 3천41그루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원시 전체 가로수 4만6천443그루 가운데 6.5%가 전신주로 인해 마구잡이로 잘려나가는 셈이다.

더욱이 한전이 배전선로의 접촉 위험이 있는 수목만 가지치기를 벌이다 보니 수형(樹形)이 제각각 달라져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 한전 관계자는 “수목이 특고압 전신주에 접촉할 경우 평상시 전류보다 20배 이상의 전류가 흘러 정전사고 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구도심 지역에는 한전이 상당수 가로수 윗부분을 잘라서 몽당연필처럼 외형이 이상해졌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지중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인데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종대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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