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곳곳 대자보…"히포크라테스의 통곡"

의료계가 오는 17일 전면 휴진을 예고한 상황에서 분당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이 내부 직원들에게 교수 휴진에 협조하지 말라고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오는 17일 분당서울대병원 진료과 4곳 이상이 휴진한다.

이에 노조는 병원 곳곳에 ‘히포크라테스의 통곡’이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이고 교수들의 휴진 결정을 규탄했다.

붉은 배경으로 된 대자보에는 ‘의사제국 총독부의 불법파업결의 규탄한다’, ‘휴진으로 고통받는 이는 예약된 환자와 동료뿐!’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의사들이 지켜야 할 윤리를 담고 있는 ‘히포크라테스 선서’ 중 ‘나는 환자의 이익이라 간주하는 섭생의 법칙을 지킬 것이며, 심신의 해를 주는 어떤 것도 멀리하겠노라. 내가 이 맹세의 길을 벗어나거나 어긴다면, 그 반대가 나의 몫이 될 것이다’라는 글귀가 담겨있기도 하다.

노조 관계자는 "지금까지 4개 과가 휴진한다고 했는데 오늘 병원을 돌아다녀 보니 휴진하려는 과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휴진일까지 (영업일 기준) 5일이 채 남지 않아서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의사가 아닌 병원 직원들에게 교수 휴진에 따른 진료 변경에 협조하지 말라고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진하려면 교수가 직접 환자에게 통보하라는 취지다.

한 노조 관계자는 "전공의 이탈로 병동 일부가 폐쇄돼 직원들이 여기저기에 찢어져 있거나 무급휴가에 들어간 상황"이라며 "교수들이 또 휴진한다고 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직원들이 떠안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는 참을 수 없어서 병원에 대자보를 붙이고 직원들에게 진료 변경에 협조하지 말라고 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한 교수들의 반응은 제각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노조 관계자는 "휴진을 철회하는 교수도 있고, 진료 예약 변경을 직접 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교수도 있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조는 3천100명의 조합원을 둔 단일노조로 서울대병원 노조인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와는 다르다.

김대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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