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졸업식과 입학식의 총장 축사를 준비하면서 ChatGPT와 경합을 해 보았다.

내가 직접 원고를 작성하면서 한편으로 비서실에서는 ChatGPT를 활용해 작성하도록 하여 2개의 원고를 비교해 보았다.

첫째, ChatGPT는 빠르게 작성한다. 명령어만 주면 조건에 맞추어 거의 실시간으로 작성된다.

둘째, 다양한 자료를 활용한다. 조건에 맞는 많은 명사들의 문구 인용이 가능하다.

셋째, 처음 원고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다른 조건을 제시하면 금방 수정된 원고가 작성된다. 결국 표준화된 원고를 적성하기에 매우 편리한 수단이다.

다만 우리 대학의 실정에 맞는 최적화된 원고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원하는 상황에 맞도록 명령어를 제시해야 하고 이를 반복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내가 직접 원고를 작성하는 과정에서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전체 흐름을 구상하고, 초안을 작성하고 그리고 내용을 수정하고 오탈자 확인을 하는 과정에서 1주일 정도가 소요됐다.

많은 경험과 지혜가 총동원되는 부가가치가 발생하기는 하지만, 그러한 경륜이 있어야 한다.

향후 ChatGPT의 새로운 알고리즘을 만들어 준다는 각오가 있으면 독창적인 원고가 작성되는 장점은 있다.

결국 내가 직접 작성한 원고 위에 ChatGPT가 찾아 준 명사들의 문구를 포함시키고 최종적으로 오탈자 검토와 문장을 수정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번의 경험은 창의력을 가졌다고 하는 생성형 AI(Generative AI)를 우리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주었다.

생성형 AI란 대규모 데이터셋에 기반한 딥러닝 기술을 활용하여 이용자가 요구하는 새로운 데이터나 콘텐츠 등의 산출물을 제시하는 AI 기술이다.

지난 2022년 11월 공개된 ChatGPT를 비롯하여 Gemini, Stable Diffusion, DALL·E3 등 다양한 생성형 AI는 인간의 창작물과 유사한 수준의 산출물을 생성해내고 있다.

향후 정부든 민간이든 이러한 기술을 활용하여 생활의 편리함을 제고하는 기술의 습득이 중요하다고 주장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 이를 활용함에 있어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이런저런 자료를 무차별적으로 인용하고 있으나, 아직 지적 재산권에 대한 규정이 미흡하고 자칫 표절의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특히 딥페이크(deepfake)에 의한 조작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딥페이크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활용한 인간 이미지 합성 기술이며, 기존에 있던 인물의 얼굴이나 특정한 부위를 영화의 CG처리처럼 합성한 영상편집물을 총칭한다.

합성의 과정에서 불법적인 행태가 발생할 위험이 상존한다. 이런 자료가 확산될 때 통제하기 어려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다.

그리고 개인이 작성한 자료 속에 이러한 문제의 소지가 있을 때, 누가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가 반복될 때 불신이 확산되고 궁극적으로 본질적인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결국은 사람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된다.

지난 5월 22일에 대구에서는 IASAS(International Association of Student Affairs and Services) 국제 대회가 개최되었다.

대학생들의 학업 성취를 위해 무엇을 지원해야 하는 지를 논의하는 모임이었으나, 한편으로 어떤 인재로 양성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세션이 마련되었다.

향후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가 이런저런 자격증을 가진 스팩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는 전폭적인 동의가 있었다. 이런 기능은 생성형 AI가 수행하여 줄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도전의식, 실험정신(experimental learning), 사회 혁신(social innovation) 활동을 함양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긍정적 마인드(positive attitude), 대화와 소통, 그리고 리더십의 정신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지적되었다. 인공지능에 기반한 생성형 AI가 확산되는 속도에 따라 인간지능의 창의적인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어야 한다.

이원희 한경국립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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