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던 총선은 끝났지만 아직까지 그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듯하다.

아마도 선거 운동 기간에 많은 후보자들이 쏟아냈던 말과 그것을 끊임없이 나르며 뉴스를 생산해낸 언론사들의 정보 과부하에 따른 피로감이 아닐까.

연구에 따르면 정보과다가 때로는 인간의 정신적, 심리적 한계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서 다룰 수 있는 것보다 많은 정보에 노출되면 스트레스 반응이 나타나면서 부정적인 심리상태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Oren Perez 교수는 이를 테크노 스트레스(techno stress), 정보 피로 증후군(information fatigue syndrome)이라 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컴퓨터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미디어가 급속하게 보급되면서 누구나 직접 정보를 생산하고 다른 사람들과 쉽게 공유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고 이러한 환경은 우리가 다양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특정 정치 성향이나 이익에 편중된 경향으로 다양하고 공정한 시각이 결여되었다고 비판받는 레거시 미디어 환경은 대중들로 하여금 레거시 미디어를 외면하고 소셜미디어나 플랫폼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선택하고 소비하며 생산하게 한다.

이러한 변화들은 다음의 두 가지 차원에서 필연적으로 미디어의 정보를 제대로 평가하고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한다.

첫째, 온라인 미디어는 검증되지 않은 허위정보나 대중을 선동하는 콘텐츠로 넘쳐난다. 최근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거짓 정보들은 사실 확인이 되기도 전에 빠른 속도로 공유된다.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의심하지 않으며 어떤 이들은 거짓을 진실이라고 믿고 그대로 수용하기도 한다. 물론 온라인 미디어 상에 거짓 정보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 비해 믿지 못할 정보가 많아진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둘째, 미디어는 우리의 신념과 행동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온라인 미디어에서는 알고리즘을 통해 자신과 의견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정보에만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플랫폼에 의해 나와 비슷한 의견이나 관점을 가진 사람들의 콘텐츠가 선택되고 배치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때로는 잘못된 신념을 형성하고 강화시켜 극단에 이르는 상황을 야기하며 반대의견을 수용하지 않으려는 양극화 현상을 촉발한다.

그렇기 때문에 온라인 환경에서는 우리가 이전보다 주의 깊게 정보를 판단하고 이해해야 하는데, 이를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라고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media)와 리터러시(literacy)를 합성한 용어로 미디어는 정보를 전달하는 모든 매체이며 리터러시는 본래 문해력이라는 의미이지만 현대사회에서는 변화하는 사회에서의 적응 또는 대처하는 능력으로 그 의미를 넓게 해석한다. 그러므로 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그것을 해석하고 활용하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주제가 되었고, 이미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 함양을 위한 내실 있는 논의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디지털 미디어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입시가 우선이고 미디어 정보의 진위를 판별해 본 적 없는 청장년, 그 이상의 세대들을 위한 관심이나 지원 역시 미흡한 실정이다.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모든 것이 진짜가 아닌 시대. 중요한 것은 그것을 가려내는 슬기로운 안목이다. 가짜 뉴스와 같은 무분별한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혜안을 가지기 위해서는 모두를 위한 체계적인 미디어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미정 수원대 고용서비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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