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쌍둥이
홍숙영 / 클레이하우스 / 256쪽


기자·PD 생활을 거치고, 시인이자 소설가로 활동하며 ‘올라운드 스토리텔러’로 평가받는 홍숙영 작가가 첫 장편소설 ‘아일랜드 쌍둥이’를 펴냈다.

가족을 잃은 슬픔,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병에 대한 두려움 등 꺼내기 힘들었던 상처를 마주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청년 세대에게 위로를 전한다.

책의 제목 ‘아일랜드 쌍둥이’는 같은 해 다른 날에 태어난 형제를 이르는 말로, 소설은 미국 남부의 한 도시, 한국 이민자 아버지를 둔 아일랜드 쌍둥이 형제 재이와 존(종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형 재이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존은 형을 좋아하던 여성과 교제하고 군인의 길을 걷는 등 형을 대신하는 삶을 산다. 그러던 중 일본에 파견돼 쓰나미 현장을 돕다 방사능에 피폭되고, 장애가 언제 겉으로 드러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작가는 2017년 초빙교수로 가게 된 미국에서 학생들과 함께 기숙사형 숙소에 머물며 청년 세대가 가진 우울과 슬픔을 마주했다. 이때부터 비극적인 사건을 겪은 청년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힘을 얻는 이야기를 구상했고, 7년간의 퇴고를 반복해 책을 출간했다.

미국의 총기 사건, 동일본대지진의 후유증, 자신의 불확실한 미래 등 책이 다루는 여러 사회적 문제는 국적과 인종을 초월해 젊은 세대의 불안과 깊게 연결된 주제들이다.

그러나 책은 단순히 문제를 지적하고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미술치료 워크숍에 참여하며 삶의 의지를 되찾는 존을 통해 상처를 입은 이들이 공감과 연대로 미래를 꿈꾸고 나아갈 수 있도록 희망을 전한다.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국가나 인종, 이념과 상관없이 누구라도 공감하고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작품을 쓰고 싶었다"면서, 청년들에게 "언젠가 바다가 잠잠해질 때가 오고, 그러면 잠시 쉴 수 있다고, 그러니 일단 살아보라"는 인생 선배로서의 따뜻한 응원을 건넨다.

정경아기자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