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
하남시 덕풍동 한 아파트 진·출입로 그려져 있는 사각형 모양의 선. 사진=김동욱기자

13일 오후 하남시 덕풍동 한 버스정류장 앞.

제보를 받고 도착한 정류장에서는 도로에 그려진 하얀색 선을 볼 수 있었다. 선은 정류장 앞 왕복 2차선 도로를 따라 50미터가량 이어져 있었고, 인근 한 아파트 진·출입로까지 사각형 모양을 이루고 있었다. 주민들은 2주 전부터 이 같은 선이 그려졌고, 정류장 바로 옆 요새처럼 생긴 펜스도 함께 생겨났다고 했다. 버스 이용객들은 해당 펜스 때문에 정류장으로 가는 길목이 이전보다 좁아져 보행이 위험해졌고, 아파트로 진·출입하는 차량도 통행에 어려움이 발생하는 등 사고 우려가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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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시 상산곡동 한 마을길에 통행금지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김동욱기자

같은 날 오후 하남시 상산곡동 한 마을길.

한 마을로 통하는 이 도로에는 ‘통행금지’, ‘개인 사유지’라고 적힌 안내판이 설치돼 있었다. 사유지를 강조한 점을 보아, 해당 부지의 토지주가 가져다 놓은 것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이 도로는 평소 마을 주민들과 차량 등이 오가던 마을길로 사용됐는데, 올초부터 이 같은 시설물이 설치되면서 통행이 어려워졌다. 이에 해당 마을 주민들은 갑작스럽게 생겨난 장애물로 인해 불편함을 겪고 있다며 시에 관련 민원을 제기했지만, 현재까지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해당 사례들은 공공 도로 내 사유지를 소유한 토지주들이 재산권을 지키려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사례다.

갑자기 생겨난 시설물에 통행 불편 등을 이유로 한 주민들의 난색과 재개발 등 개인 사정으로 인해 이제라도 재산권을 찾겠다는 토지주들의 입장이 교차한다.

주민들은 "잘 다니던 도로가 위험하고 불편해졌다"고 토로하는 반면, 토지주들은 "내 땅에 대한 재산권을 지키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하남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왕왕 터져 나오는 공공 도로 내 사유지를 둘러싼 재산권 침해 논란은 지자체 입장에선 난감할 따름이다.

빠른 문제 해결을 위해선 시가 문제가 된 토지에 대한 감정평가를 실시한 뒤 매수 협의를 진행해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토지주들과의 입장차를 좁히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사유지가 현재 도로로 이용되고 있는 만큼 감정평가에서도 ‘도로값’으로 매겨지는데, 다른 지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이 토지 매수비로는 토지주들의 설득이 쉽지 않아서다.

위 사례들과 같은 공공도로 내 사유지에 대한 민원분쟁이 빠르게 해결되지 않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당초 시가 이 같은 혼란과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법에 따라 사유지들에 대한 시설결정은 물론 토지보상까지 완료했어야 하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주민은 "누구나 이용하는 이 도로들이 사유지인지 시 말고 누가 알았겠느냐"며 "시가 관련법을 통해 토지주에게 토지보상까지 마무리했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해당 민원들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방법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김지백·김동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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