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1일, 자발적탄소시장연합회(VCMC) 출범식이 국회에서 개최되었다. 대회의실을 가득 메운 참석자들의 열기는 자발적탄소시장에 대한 관심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자발적 탄소시장(Voluntary Carbon Market: VCM)이란 개인, 기업, 정부, 비영리 단체 등 다양한 조직이 자발적으로 탄소감축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탄소크레딧을 창출하고 거래할 수 있는 민간 탄소시장을 말한다. VCM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각국 정부가 주도하는 규제적 탄소시장(Compliance Carbon Market: CCM)과 구분되는데, 규제대상이 아닌 모든 참여자가 자율적으로 감축한 탄소크레딧을 거래하는 시장이라고 보면 된다. 정부나 규제기관의 직접적인 감독을 받지 않기 때문에 파편적인 시장 구조를 가지고 있어 이를 관리하는 자율적 기구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시점에 자발적탄소시장협회의(VCMC)가 출범하게 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VCM은 미국, 유럽, 중국 등에서 활성화되어 있다. 탄소크레딧 발행규모는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2030년에는 15배, 2050년에는 100배까지 빠르게 성장할 것이며 10년 안에 규제시장과 비슷한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6년부터 시행되는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나 디지털제품여권(DPP) 등의 규제가 강화되면 탄소크레딧의 수요가 급증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탄소규제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으며 탄소가격도 상승할 것이 예상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탄소 가격은 유럽의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CBAM이 시행되면 유럽 가격에 수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VCM의 활성화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인증, 평가, 투자, ESG기업 등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함께 만드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또한 탄소크레딧의 무결성과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블록체인과 같은 디지털 기술이 적용되어야 한다. 탄소감축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보할 수 있는 디지털플랫폼 기반의 탄소감축 노력이 국내에서 빠르게 진행되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한 예로 공간관리 전문기업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은 건물의 용도와 특성에 따라 효율적인 에너지관리를 통해 감축된 탄소량을 플랫폼에서 시스템적으로 계산하여 탄소감축인증 및 평가하는 체계를 준비하고 있다.

이와 같은 플랫폼에 의해 탄소감축량을 계산하는 탄소자산관리시스템(CAMS)은 향후 매우 중요한 관리시스템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CAMS의 도입 여부에 따라 관리비용만 들어가던 건물이 탄소크레딧이라는 수익을 발생하는 건물로 변신하게 되는 것이다. 공장자동화, 디지털트윈에 이어 CAMS 도입여부는 앞으로 건물이나 공장, 기업을 평가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발적탄소시장의 또 다른 기대효과는 기후기술의 등용문으로서의 역할이다. 기후기술의 탄소감축량은 기후기술의 효과에 대한 바로미터다. 이것을 산출하여 단위당 탄소감축량이 많은 기후기술을 찾는 것이 우선이고, 이렇게 검증된 기술이라도 시장에서 평가가 중요한데 VCM은 이것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기후위기 극복은 탄소감축에 의해서 달성되겠지만 탄소감축을 효과적으로 달성하려면 게임체인저가 필요하다. 이러한 기후기술의 게임체인저를 찾아내는 무대로서 VCM이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산업구조 상 고탄소산업 비중이 큰 것은 탄소중립에 매우 불리한 조건이지만 역설적으로 기후기술의 훌륭한 테스트베드가 있다는 점은 유리한 면이다. 특별히 우리나라는 다양한 기후기술 분야에 많은 신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이러한 기술이 고탄소산업에 적용되어 탄소감축에 대한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팬데믹 때 마스크가 전 세계에 급속도로 팔려나간 사례처럼 전 세계로 팔려나갈 것이다. 이미 국내 벤처기업의 기후기술이 남미,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주목 받고 있는 사례가 목격되고 있다. 한류가 전 세계에 퍼져나가듯, K-기후기술이라는 새로운 한류로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수많은 유니콘 기업 탄생하는 일석이조의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전하진 SDX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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