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진, 한국 미술 아키비스트
김재희 / 벗나래 / 240쪽


미술 전시회가 열리는 곳이라면 배낭을 메고 어디든 들러 미술 자료를 챙기고, 간담회에서는 맨 앞자리에 앉아 설명을 경청하고, 영상으로 꼼꼼히 기록하는 이가 있다.

‘걸어 다니는 미술 사전’, ‘움직이는 미술자료실’, ‘미술계 114’ 등 다양한 별칭으로 불리는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의 김달진 관장이다.

‘김달진, 한국 미술 아키비스트’는 수집에 매료된 한 소년이 미술자료 전문가로 거듭나고, 수집한 미술자료를 여러 매체와 공간을 통해 더 많은 이들과 나누기까지의 과정을 써내려간 책이다. 김달진 관장의 삶을 ‘수집’과 ‘공유’라는 두 개의 주제로 나눠 살핀다.

미술 해설가이자 국립현대미술관 도슨트, 미술가와 미술 전시를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저자 김재희가 김달진 관장을 만나 16차례 인터뷰하고, 그가 고등학생 때부터 써온 일기를 바탕으로 그의 그늘진 인생과 수집에 얽힌 생각, 미술자료 수집과 관련된 정보 등을 담았다.

1부는 김달진 관장의 인생을 관통한 ‘오로지 수집’을 다룬다. 그의 어린 시절과 고교 졸업 후 집안 사정으로 대학 진학을 포기한 채 여러 직장을 전전하면서도 수집을 놓지 않았던 일화, 월간지 기자 시절과 국립현대미술관에 발을 들여놓기까지의 딱하고 어려웠던 과정 등에 집중했다.

이를 통해 수집의 근원과 수집을 향한 그의 진정성, 수집의 결과물과 꿈을 펼치기 위한 대담한 활동, 전문성의 발휘 등에 무게를 뒀다.

2부는 김달진 관장의 ‘널리 나누기’에 초점을 맞췄다. 국립현대미술관을 그만둔 뒤 ‘가나아트’ 근무 경력을 바탕으로 김달진미술연구소를 개소해, 월간지 ‘서울아트가이드’를 창간하고 ‘달진닷컴’을 열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한다.

또한, 미술자료 플랫폼이 될 미술자료박물관을 열어 일반인들에게 열람을 허락하고, 다양한 전시 활동으로 자료를 공유하는 과정도 들여다본다. 오프라인 매체는 물론, 온라인으로도 열심히 기록하는 김 관장의 실천정신도 챙겨 담았다.

"미술자료를 개인적으로 수집하는 데 그쳤다면 인정받을 수 없었겠죠, 그런데 저는 그것을 사회와 공유했어요.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책을 펴냈고, 미술 잡지를 창간하고,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과 ‘한국미술정보센터’를 개관했죠, 자료 하나하나를 우리 현대미술의 역사 자료가 되도록 노력했어요. 미술평론가나 미술사가와 다른 저만의 꽃이죠."(김달진)

저자는 수집이 개인적인 욕망에서 시작될 수 있으나 그것을 공유하면 풍성한 문화의 씨앗이 돼 후대에 큰 나무로 성장할 수 있음을 강조하며, 김달진의 말처럼 자료를 제대로 수집하고, 공유해 후대에 남겨야 한다고 독자들에게 전한다.


정경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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