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정오께 안산시 단원구 안산다문화음식거리. 거리마다 빽빽하게 늘어선 점포마다 호객 행위를 하는 외국인 상인들로 시끌벅적한 분위기였다.
중국 옌볜 말투를 하는 상인과 손님의 대화가 들려오던 한 반찬 가게는 간판이 한자로 빼곡해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건너편에는 인도네시아어 등 각종 외국어가 적힌 가게가 거리를 지키고 있었다.
안산다문화음식거리는 지난 2009년 다문화특구로 지정된 안산시에서도 외국인이 가장 밀집한 곳이다. 전국 최초의 다문화특구로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비자 특례를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안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다문화특구 인구 2만191명 중 외국인 주민은 1만8천14명(89.2%)으로 나타났다. 시 전체로 봐도 체류 외국인은 2007년 2만6천여 명에서 2021년 9만5천여 명으로 약 3.5배 증가했으며, 이는 경기도 31개 시·군 중 최다 규모다.
하지만 외국인 주민 유입을 바라보는 다문화특구 주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경기연구원의 ‘안산 다문화마을 특구 외국인 정책 수요 조사’ 연구 자료에 나온 안산시민 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증가가 시의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는 질문에 201명(67%)이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우려스러운 사유로 ‘범죄 등 부정적 인식’이 216명(72%)으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외국인 증가에 따른 지원 정책을 확대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도 전체의 61%(183명)에 달했다.
다만 ‘외국인과 문화·생활 차이로 갈등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선 절반 이상의 주민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기초질서 문제로 갈등을 빚은 경우도 대부분 없거나 가끔 경험하는 정도였다.
연구원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외국인 주민들에 대한 안산시민들의 부정적 인식이 실제 경험에서 기인하기보다는 선입견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안산 다문화안전 경찰센터 A경장도 "이주민이 많은 동네라 사건사고가 많을 것이라는 편견이 있지만, 가끔 외국인들의 분실 민원이 들어오는 것 말고는 다른 지역과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안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3D 업종에서 내국인 노동자들의 빈자리를 외국인들이 채우면서 사회 통합을 위한 논의가 부쩍 중요해지고 있다.
외국인력 확보 등 기존 산업 유지의 측면에서 바라본 것을 넘어 원주민과 외국인 간 통합과 결속의 측면에서 외국인 정책에 초점을 둬야한다는 지적이다.
안산 지역사회에서도 사회 통합의 노력으로 학교·어린이집에서 ‘찾아가는 다문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노동자 이주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는 만큼 원주민과 이주민 간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문화 결속을 유도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민정 이민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금까지는 부족한 일손을 채울 외국인 ‘유입’에 관심이 치우친 경향이 컸다"며 "유입은 우리 입장에서 바라본 수요적인 관점에 그친다. 앞으로는 이주민을 정착 지역에 어떻게 ‘통합’시킬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부연구위원은 "외국인들도 이주 지역에 소속감과 애정이 생겨야 그 지역을 떠나지 않고 장기 체류할 수 있으며 산업 경쟁력 확보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외국인 학교 설립과 같은 교육 인프라 등 ‘가족 이민’을 유도하는 지역사회의 노력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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