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에서 쏘아올린 김포편입 메가시티 서울론으로 시민들은 찬반을 떠나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타당한 근거가 있는 논리인지? 향후 실현될 가능성은 있는 것인지? 효과성은 무엇인지? 헛갈리고 있다. 학계에서 논의되어 왔던 메가시티와는 차이가 있는 것이어서 갑론을박하기는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학술적으로 메가시티(Mega-City)는 인구 1천만 명 이상 되는 대도시권을 말한다. 핵심 도시를 중심으로 여러 개의 도시들이 하나의 포도송이처럼 유기적으로 기능을 분담하는 거대도시권을 말한다. 반드시 단일 행정구역일 필요는 없고 광역 인프라, 기능 분담 등의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광역행정기구를 설치할 수도 있으며 하위에는 여러 도시(市郡區)를 둘 수도 있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이 모델을 활용하고 있다.

이 번에 촉발된 김포발 메가시티 서울론의 직접적 계기는 현재 경기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경기도 분도론에 대한 김포시의 맞불 대응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일단 여론의 주목은 받았으니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해도 향후 대처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김포시가 서울시로 합병된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도시 입지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교통 편의가 나아지는 것도 아니고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며 도시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현재 서울시의 행정력으로 김포시를 특별 대우할 여력도 없을뿐더러 기존에 김포시 가지고 있던 자치권마저 서울시 25개 자치구 수준으로 위축될 것이 뻔한 일이다. 현재 서울의 25개 구(區)는 무늬만 자치구일 뿐 경기도 시군(市郡)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자치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경기도가 추진 중에 있는 분도론의 명분은 지방분권과 국토균형발전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에 동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경기도 분도가 국토균형발전과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대다수의 사람들은 수도권과 지방권의 균형 있는 발전을 원하는 것이지 수도권에서의 일은 별 관심이 없다. 김포편입 메가시티 서울을 국토갈라치기라고 비판하고 나선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갈라치기라는 비판에는 어떠한 답을 내놓을지도 궁금하다.

분도론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낙후한 북부권을 독립시켜서 제주도나 강원도처럼 특별자치도를 만들어 규제를 풀어주고 정부 지원을 이끌어낸다는 전략인데 해당 지역을 제외하고 여기에 동조할 사람들이 누구이고 더구나 남북 대치상황에서 실현가능할 지도 미지수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메가시티 서울이라는 비슷한 개념이 들어와 있다. 수도권은 영어로 SMA(Seoul Metropolitan Area)라고 표기되는데 번역하면 서울대도시권지역이다. 이를 메트로폴리탄 서울 혹은 메가시티 서울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수도권은 이미 메가시티 서울이며 서울, 경기, 인천이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기능을 분담해야 하는 공동체이기도 하다. 행정구역이 통합되어야 가능하고 그렇지 않으면 안 되는 구조가 아니라 공동 발전을 모색하고 공동 문제에 대처하는 방안은 수없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주장해 왔던 것처럼 광역시설과 서비스를 전담하는 수도권광역행정기구를 두어 해결할 수도 있고, 지금의 수도권광역행정협의회를 발전시켜 수도권행정청으로 제도화할 수도 있는 일이다. 더구나 경기도는 분도보다는 31개 시군을 10개 내외의 광역도시로 개편해서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도 있다. 서울은 국제경쟁력을 제고시켜 세계 대도시들과 경쟁하는 체제로 나가야 한다.

들불처럼 번지는 전국의 행정구역 조정도 포함해서 수도권과 지방권이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토재편(국토재구성)이라는 큰 틀에서 긴 호흡으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공론화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다가오는 총선에서는 개략적인 행정구역개편 등에 대해서만 자유롭게 선거공약으로 개진하고 추후 여야 동수의 입법의원, 해당 지자체, 정부부처, 시민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여 논의하고 결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충원 강남대학교 교수, (사)한국도시부동산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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