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 국제 영화제에 신인 감독상을 수상한 홍성은 감독의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의 주인공 진아는 신용카드 상담사로 자발적 홀로족을 선택한다. 직장에서 헤드폰을 끼고 상담만 하고 자기 실적만 올릴 뿐 동료와의 유대감은 없다. 정해진 시간에 퇴근해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고 TV를 보고 출퇴근 시간에는 스마트 폰만 응시한다. 나오는 모든 등장인물도 자의, 혹은 타의에 의한 홀로 족이다. 직장을 위해 서울로 갓 상경한 후배, 이웃집 남자, 어머니와 헤어져 혼자가 된 진아의 아버지 등. 이 영화는 각자의 동기와 배경이 다르지만 1인 가구 삶이라는 것이 어떤 모습인지를 현실적으로 그리려 애쓴다.

2022년 통계청의 인구주택조사에서 1인 가구는 750만 가구로 일반가구의 34.5%로 3집 가운데 1집이 1인 가구다. 농경사회와 산업사회 초기에는 인구수가 노동력과 경쟁력을 상징하는 만큼 아이를 많이 낳아야 하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점차 인간이 했던 노동력을 기계가 대신함으로써 선진국으로 갈수록 점점 육체노동을 위한 인간의 필요성이 떨어지고 있다. 적게 낳고 홀로 삶에 익숙한 사람들은 나이 들어도 다양한 이유로 혼자 사는 삶을 택하기 시작했다. 이제 2021년 스웨덴 1인 가구 비중은 40.7%고, 덴마크는 45.6%, 독일도 40.6%, 미국 역시 36.2%로 점차 더 증가세를 보인다.

이런 흐름에 맞춰 산업계도 ‘싱글 이코노미’를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개개인이 합리적으로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자기 자신에게는 고가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호하는 욕구에 맞춰 일본은 노인 전용 도시락 배달, 소형가전과 로봇 친구, 고독사를 막기 위한 알림 서비스 등 다양한 상품들도 나오고 있다. 다만 1인 가구 역시 다양한 사회문제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 역시 간과하지 말고 각국의 정부 차원의 대응책이 절실한 상태다.

우리나라는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대응책을 잘 만들어내고 있을까? 준비해야 할 것 등은 많지만 정작 진행되고 있는 것들은 여전히 부족한 게 많아 보인다. 여성 1인 가구 안심 패키지 사업을 예를 들어보면, 1인 가구 수가 증가함에 따라 경기도 28개 시·군에서 도내 주소지를 둔 여성 1인 가구에 스마트 문열림센서, 창문잠금장치, 휴대용 비상벨 등 호신용품을 무상 제공하는 ‘여성 1인 가구 안심 패키지 지원 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혔으나 실태는 사업 예산 부족으로 지원 대상자 수가 도내 대상 여성 1인 가구의 1%도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중 수원특례시의 경우, 1인 가구 맞춤형 사업을 종합적으로 안내하는 ‘온라인 맞춤형 플랫폼’ 구축 계획은 1인 가구원들이 원활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이렇듯 1인 가구를 단순히 미혼 청년들의 삶으로만 규정해서는 안 된다. 이혼한 중년, 독거노인 등 다양한 대상층이 여기에 속한다. 65세 고령자는 조만간 이제 900만 명을 넘어 천만 명을 바라보고 있고 2020년 기준 노인 빈곤율은 40.4%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1위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사는 삶의 끝이 고독하고, 가난한 터널로 들어가는 거라면 과연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이 생길 수 있을까.

제도는 늘 소외된 사람들이 없게 촘촘하고 꼼꼼하게 살펴 만들어야 한다. 싱글 이코노미는 기업들에 또 다른 기회일지 모르겠으나, 정부와 지자체는 ‘독거 인구’의 정신건강, 생계, 안전 등 전반적인 측면에서 제대로 된 케어가 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자.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이고, 행복한 국가는 행복한 국민으로 완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처음에 소개했던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에서는 어쩔 수 없이 혼자 살지만, 선배에게 붙임성 있게 배우려는 후배가 나오고, 자기가 살던 집에 고독사한 남자를 위해 영혼을 위로해 주려는 이웃집 혼자 사는 남자가 나온다. 사람은 혼자 사는 것과 외롭게 사는 것을 같은 단어의 무게로 취급하는 존재가 아니다. 법과 규제는 늘 사람의 마음을 뒤늦게 쫓아온다. 그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외로운 이들에게 작지만 따뜻한 관심과 연대로 함께 해보자. 시리, 빅스비 말고 이웃에게 저녁에 뭐 해요? 밥 먹었어요? 밥 같이 먹어요. 이렇게 말이다.

김형태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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