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동안 이런 도전을 생각하리라고는 꿈도 꿔 본 적이 없다. 한 평생을 그저 내 주변을 살피며 잘 살기를 바라며 살았을 뿐이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인류가 지구상에 존속할 수 있을지를 걱정하면서 그들의 미래를 살펴야 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미 아이들은 지구의 기후변화를 매우 위협적으로 받아들인다. 작년과 다르게 여럿이 모이면 기후위기가 대화 주제로 올라온다. 최근의 사례만 보더라도 지난 5월에 시작된 캐나다의 산불은 대한민국 면적만큼을 태우고도 여전히 불타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후이변은 이제 일상이 되어간다. 농경지 피해도 막대하여 식량부족, 물 부족 등이 사회를 혼란시킬 것이다. 이런 기후재난은 인간들이 자초한 일이 명백하다. 그러다 보니 국제사회가 2100년에 1.5도 상승으로 막아보겠다는 목표는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지구온도 1.5도 목표는 2100년이 아닌 2030년 전후면 도달하게 된 것이다. 차선의 목표인 2도 상승으로 억제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게 과학계의 중론이다. 그렇게 되면 해수면 상승, 더 많은 태풍과 홍수, 가뭄 등에 의한 직접적인 피해는 물론이고 식량난, 사회불안 등으로 우리 삶은 빠르게 피폐해질 것이다. 이것을 알고 있는 아이들이 부모들이 주문하는 삶을 살아낼 재간이 없다.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직장 얻어서 잘 살라고 아무리 외쳐본 들 그들은 자기 수명대로 살아낼 수 있을지를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니 그 말이 들릴 리가 만무하다. 결혼을 포기하고, 출산율이 급격이 떨어지고 마약사범이 늘어나고, 범죄나 자살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마치 예전과 같은 미래가 펼쳐질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이런 희망찬 미래가 펼쳐지면 좋으련만 지구온도 상승으로 해수면이 높아지면 해안 도시부터 해수면 아래로 잠기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자들의 대 이동이 시작되고 이들의 이동은 다른 지역이 혼란에 빠지게 되고 식량대란이 발생하면 생존에 직결된 사회 불안이 격화될 것이다. 기후재앙의 도미노가 전 세계를 급격히 디스토피아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펜데믹이 순식간에 세계 경제를 멈춰 세웠던 것처럼.

이런 위기에 국제사회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 것일까.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 의해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참여하여 탄소감축을 약속했지만 1.5도 상승을 막기에 미흡한 목표이고 현재 상황으로서는 그 목표 달성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1.5도 상승을 막겠다는 국제사회의 기대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대응은 매우 안이하다. 이대로 ‘기후지옥으로 가는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는 구테흐스 UN사무총장의 경고가 무색한 상황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어떻게 하든 목표대로 줄인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지금의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도 기후위기는 극복될 수 없다’라는 것이다. 인류 문명의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는 건가라는 자괴감이 들 정도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나아간다는 것은 그냥 다 같이 파멸로 가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최후의 도전을 결심하던가 아니면 이대로 공포스러운 디스토피아 세상을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파국을 기다리던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냥 이대로 파국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절실한 심정으로 전 세계를 향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하게 만들어서 지금의 국제사회의 무기력한 대처를 뛰어넘는 파격적인 제안과 행동을 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이것만이 지금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다. 국제사회를 향해 "당신들 계획으로는 인류를 살릴 수 없으니 새로운 대안을 찾아봅시다"라고 달려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대안을 우리라도 만들어내야 한다. 만약 이것이 성공해서 인류를 기후위기로부터 탈출할 수 있게 만든다면 우리는 인류를 구원하고 새로운 리더십을 덤으로 얻게 된다. 파국이냐 아니면 최후의 도전을 통해 인류를 구원하고 새로운 리더로 남을 것인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나라가 어려울 때 금모으기를 했던 우리가 아니던가. 그러한 저력으로 이제 인류를 위해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결코 쉬운 도전이 아니며 실현가능성이 낮게 보인다. 하지만 달리 선택지가 없다면 최후의 도전을 감행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던가 아니면 이대로 파국으로 내 몰리던가 둘 중에 하나다. 이제 폭탄이 터질 시간은 불과 10여년 남아있을 뿐이다. 우리의 모든 것을 동원하여 인류를 위한 최후의 도전을 감행하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전하진 SDX재단 이사장,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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