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섬에 꽃비 내리거든
김인중 신부·원경 스님 지음/ 바람북/ 200쪽

종교계에 몸담으며 예술을 추구하는 서로 다른 이들이 있다.

세계적인 거장 ‘빛의 화가’라는 별명 김인중 신부와 깊고 고요한 산사의 시인 원경 스님의 예술로 만나는 에세이가 출간됐다.

프랑스 혁명 이후 최초로 노르트담 대성당에서 전시, 프랑스 문화예술 공훈 훈장 ‘오피시에’수상 등 화가로서 화려한 이력을 지닌 김인중 신부는 흰 수도복을 입고 적막 속에서 그림과 기도로 수행하는 카톨릭의 수도자다.

북한산 형재봉 아래 가파르고 깊은 계곡에 자리한 소담스러운 암자 ‘심곡암’. 이곳의 주지는 원경 스님으로 차향이 은은히 퍼지는 고요한 암자에서 시(時)를 쓰며 수행하는 시인이기도 하다.

책은 서로의 종교를 존중하며 예술로 소통하는 두 사람을 통해 종교와 세대를 넘나들며 서로를 교감하는 두 사람의 일대기를 담았다.

스테인드 글라스 작품으로 유명한 김인중 신부의 작품을 감상한 원경스님의 소감부터 원경스님이 평소 시제(詩題)로 이용하는 소재인 ‘꽃’과 관련된 시를 접한 뒤 창작한 김인 중 신부의 작품까지 예술로 통하는 두 사람을 조망한다.

미술과 문학, 천주교와 불교 서로 다른 장르와 종교의 몸담는 이들이지만 서로에 대한 경이(驚異)와 존경은 예술이란 무엇인지, 종교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책은 "그림 속에 시가 있고, 시 속에 그림이 있다"는 말처럼 문학과 미술의 어우러짐, 섞임의 미학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냈다.

구자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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