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지막 엄마
아사다 지로(지음)·이선희(옮김)/ 다산책방 / 400쪽


일본에서 출간 즉시 종합 1위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던 아사다지로의 신작이 출간됐다.

살아가는 인간을 향한 뜨거운 질문과 위로를 동시에 안기는 소설의 이야기는 꿈처럼 아름다운 곳에서 시작된다.

기차를 한 번 갈아타고 한 시간에 한 대 오는 버스를 탄 다음 비스듬한 언덕을 오르면 보이는 집.

아궁이 불 내음이 밴 자그만 시골집 한 채가 서 있다.

그곳을 지키는 것은 조그만 엄마다.

소박하고 따끈한 밥을 먹고 옛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잠든다.

세월의 독을 모두 녹이는 듯한 하룻밤이 지나고 아침이 오면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라탈 차례다.

뒤로한 익숙하고도 낯선 풍경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전화 한 통을 건다.

"네 대단히 만족스러웠습니다. 또 예약할 수 있을까요?

이 책은 고향이 없는 도시 생활자와 고향을 잃어버린 현대인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구성으로 엮었다.

저자는 도시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마음속 허전함을 찾아내 감동을 선사한다.

소설 속 엄마를 제외한 모든 주인공은 도시에서 태어나 성실하게 살아왔으나 현실에 지친 중장년층이다.

이들의 마음속 잃어버린 ‘고향’.

텅 빈 도시에서 쓸쓸함이 온몸으로 파고들 때, 힘들고 지친 마음의 위로가 필요할 때, 정신적인 편안함을 얻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고향’이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마지막 줄기는 ‘엄마’다.

그가 낯선 자식들을 품어주었던 이유는 험난한 세월 속에서 겪었던 상실의 고통이었다.

그래서일까 짧은 시간의 만남이 끝난 뒤에도 가짜 자식들을 마주하는 것은 절망이 아니다.

아사다 지로의 작품을 지속해서 소개하고 번역해온 이선희 번역가는 원문의 짙은 도호쿠 사투리를 전라남도 곡성의 입말로 옮겨 그 감동까지 고스란히 살렸다.

이 책은 인구 대부분이 서울과 경기도에 몰린 한국의 가까운 미래처럼 다가와 더 생생하게 와닿는다.

현대의 도시 생활은 편리하지만, 가족 간의 연결고리는 느슨해졌다.

이혼율도 높고 자녀와의 단절도 많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도심 속 편리한 삶을 살았을지언정 행복한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니다.

저자는 ‘편리함과 다른 행복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고향이 없는 사람, 고향을 그리워하는 사람, 고향에 돌아갈 수 없는 그런 사람들에게 고향을 선물한다.

구자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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