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사람, 몽이
정순영(지음) / 봄눈 / 120쪽

어느 날 인간들에 의해 자기 삶의 터전에서 강제로 벗어난 오랑우탄 몽이.

이 책의 주인공 몽이는 영문도 모른 채 이종장기이식 영장류 실험동물 8번이 된다.

그곳에서 같은 처지의 오랑우탄 오딘, 일본원숭이 미미,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는 3번 원숭이, 그저 평온하기를 꿈꾸는 긴꼬리작은원숭이들을 만난다.

장기이식용 공여동물로 살아가는 미니돼지들을 만난 이들은 마침내 탈출을 계획한다.

이 책은 동물의 관점에서 인간세계를 돌아보는 내용의 줄거리로 소재와 주제가 희소성이 있어 매력적인 작품이다.

어쩌면 이 동화는 세상에 무수히 많을 몽이들의 억울한 사연을 대표하는 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들은 마땅히 숲에 있어야 하지만 인간의 필요와 요구로 뜻밖의 장소에서 황당한 일들을 겪고 있을 것이다.

동물에게도 생명으로 가진 기본권리가 있고, 꿈이나 사랑도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증명하고 헤아릴 수 없다는 것이 곧 비존재를 뜻하는 것은 아닌 까닭에서다.

동화를 읽어나갈수록 조금은 어렵고도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숲의 사람’이라는 뜻의 ‘오랑우탄’이란 단어는 대학, 병원, 제약 회사, 화장품 회사, 식품회사 등 수많은 곳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는 공공연한 동물실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구자훈기자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