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여고농구
지난해 전국체육대회에서 우승한 수원여고 농구부.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이나연(강원대), 이두나(신한은행), 오시은(3년), 방소윤(2년), 김하은(2년), 김민아(BNK), 조주희(3년), 서예진(2년)이 금메달을 들어 보이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중부일보DB

‘농구 명문’ 수원여고가 선수부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수원여고는 지난달 제60회 춘계 전국남녀중고농구대회 여자고등부 예선서 동주여고에 40-72, 온양여고에 69-129로 대패했다.

지난해 제103회 전국체전서 22년 만에 우승감격을 맛본 후 5개월이 지난 수원여고의 이 같은 상황은 이미 예견됐다.

당시 최승호 수원여고 감독은 "우승이 기쁘지만 3학년이 떠나면 5명이 남는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내년에도 오늘 해낸 것처럼 헤쳐나가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전국체전서 8명의 엔트리로 수피아여고를 꺾고 우승한 수원여고는 김민아(BNK), 이두나(신한은행), 이나연(강원대)이 떠난 후 연고 팀인 수원 제일중에서 선수를 받아야 했지만 2명이 졸업 후 다른 학교로 입학하며 5명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수원여고는 춘계대회를 앞두고 포워드 조주희가 발목 부상을 당해 대회룰에 따라 코트에 투입된 후 바로 벤치로 돌아와 2경기를 4명이서 5명을 상대했다.

수원여고 선수단의 5명 체제는 올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승호 감독은 "노력을 해봤지만 방법이 없어 답답하다"며 "신입생 중에 가능성이 보이는 일반 학생들을 설득해봤고 경기도 내 전체 고교에 입단 테스트 공문을 보내보기도 했지만 성과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학교도 선수가 부족해 심각한 상황"이라며 "예전과 달리 여자 농구가 인기가 없어지고 힘들다는 인식이 강해졌다"고 덧붙였다.

프로 출신 강병수 수원여고 코치는 "경기를 4명이 출전한 경우는 처음"이라며 "프로 선수들도 풀타임을 뛰기 힘들다. 또 5반칙을 당하면 4명이 뛰어야 돼 곤혹스럽다. 타 학교 선수를 데려오고 싶지만 페널티가 있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중고농구연맹은 본래 선수 등록을 한 시·도를 떠나 타 시·도로 전학한 경우 주관 대회에 1년간 출전하지 못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학교 운동부간 또는 시·도의 무분별한 스카우트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대한농구협회는 주관 대회에 3개월을 출전 제한한다.

두 지도자는 이 같은 규정이 남자 고교 상황에는 맞다며 사견임을 전제로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그들은 "대체적으로 여고 농구 선수가 부족한 건 엄연한 현실"이라며 "전국에 여고팀이 ‘빈익빈 부익부’인 상황이다. 보호선수 제도를 도입해 8명 정도는 현재 규정으로 묶어 놓고 나머지 선수들의 이적을 허용해야 한다. 경쟁에 밀려 농구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선수의 동의하에 1명이 절실한 팀으로 이적하면 서로 좋은 상황이다. 여고 농구의 공멸을 막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농구협회 관계자는 "초등학교서 농구를 하다가 중학교 올라가면서 그만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해결책은 간단하다. 남자농구처럼 대학팀을 창단하면 저변이 확대되고 부모들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용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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