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잡설
정진영/ 팬덤북스/ 220쪽


술에 곁들여지는 안주가 아닌 안주 자체에 집중한 이야기가 나왔다.

저자 정진영은 JTBC 드라마 허쉬의 원작 소설 ‘침묵주의보’를 쓴 작가로 이번에는 안주를 주제로 한 에세이로 찾아왔다.

술자리에서 술과 술맛이 주인공이고 그 파트너인 안주에 대해서는 술만큼 깊은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술잔을 부딪힐 때마다 전해오는 쓴맛을 정화하고 각자 술마다 어울리는 맛으로 술자리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안주임에도 말이다.

저자는 술자리에 있을 때마 빠지지 않고 식탁 위에 등장하지만, 술맛에 밀려 그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는 다양한 안주의 매력을 자신의 체험과 함께 소개한다.

저자는 스스로를 술꾼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치킨, 족발, 홍합탕, 라면 등 쉽게 만나는 안주들에 주목한다.

이러한 먹거리에 대해 지금 껏 알고 있는 상식보다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자신만의 색다른 방법을 탁월한 묘사로 소개한다.

읽다보면 어느새 침이 고일 것이다.

색다르게 안주를 즐기는 방법뿐 아니라 안주에 녹아있는 저자의 독특한 인생 경험은 우리의 삶 속에서 깨달을 수 있는 지혜 아닌 지혜까지 얻을 수 있다.

치맥 속에서 삶의 행복은 작은 것에서부터 찾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소주와 함께 먹는 훈제연어를 통해서는 세상 모든 일은 제대로 기다리는 시간을 지내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아내와 골뱅이 함께 처음 먹은 기억 속에서는 사랑은 집착을 버렸을 때 이뤄질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한다.

따라서 기쁘던 슬프던 특별한 일에는 술잔을 기울이며 회포를 푸는 독자들에게 이 작품은 안주라는 중심으로 술자리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술자리에 담긴 우리의 삶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한 번 쯤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다.


 

정의의 시대
이우/ 몽상가들 /206쪽


요즘은 보기 드문 희곡 작품이 출간됐다.

신간 ‘정의의 시대’는 정의와 도덕에 대한 딜레마를 밀도 있게 그려냈다.

1907년 암울한 한반도의 역사적 사실 기반 아래 창조한 인물 독립운동가 정의태를 통해서 극을 끌어간다.

주인공 정의태는 대한제국을 압제에서 구하고자 의병의 길을 선택한 열혈청년. 그는 자신의 임무 ‘이토 히로부미’ 암살을 수행하기 위해 굳은 결심을 하고 결전의 장소로 향한다.

하지만 이토가 온다는 것은 거짓 정보였고 그의 손에 죽은 것은 이토가 아닌 일본의 고위관료들이다.

이름조차 몰랐던 그들은 과연 죽어 마땅한 존재들인가, 그들의 목숨을 빼앗을 권리가 있는가. 정의태는 돌이킬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다.

자신이 살인자인지, 독립의병인지.

작가는 "정의태를 통해 너무나 인간적인 인간을 그려보고 싶었다"며 "이는 시대적 성찰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오늘날 자신만의 극단주의 속에서 살아간다. 정치적 진영, 종교적 믿음, 젠더갈등, 비건과 환경문제,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모두 자신이 속한 세계의 정의가 진정한 정의라 외치며 정의를 세상에 강요하고 있다.

하지만 정의에 불의가 숨어있다면 그 불의를 어디까지 모른 척 할 수 있을까. 정의 속에 불의를 외면하지 않고 직시할 수 있을까. 정의를 위한 불의는 어디까지 정당화 될 수 있을까. 작가는 자신의 끝없는 질문을 작품을 통해 모두에 던지고 있다.

 

 

알곤킨의 칠면조
서종남/ 한국힐링문학 /124쪽


저자의 시는 마치 외마디 바람소리와 같다.

바람의 시작과 끝은 알 수 없다. 바람은 이 행성 전체를 감싸 흐른다. 이 땅에 대한 사람에 대한 사랑의 방정식과 같은 시들로 채워져 있다.

바람소리는 한국어로 쓰였지만 이국적 향기를 진하게 머금고 있다. 실제로 일본어와 영어로 쓰인 그것도 수록돼 있다.

듣기에도 생소한 캐나다의 북쪽 지방 알곤킨이 제호에 담겼다. 시에는 이스라엘, 인도, 티벳, 일본 등에서 만난 이방의 여인을 그린다.

이방의 여인을 그리지만 마치 그것은 고향의 이야기와 같다.

1부와 3부는 수미상관을 이루는 듯하다. 이방인이 보는 이방(한국)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고향일까 이방일까.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다.

2부에서는 꾸밈없이 써내려가는 소박한 시의 진정성과 그가 부르는 나무와 꽃의 노래는 숲을 이루고 그 속의 벌레와 짐승들도 보듬는다. 생명에 대한 시인의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안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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