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에서 만난 이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책을 펴냈다. 책방과 얽힌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내기도 하고, 같은 주제로 여러 색깔의 소설을 선보이기도 한다. 광주의 ‘서행구간’과 수원의 ‘그런 의미에서’를 사랑한 이들이 들려주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서행구간에 들어왔습니다
주안 외 7명/주안 출판사/216쪽/값 1만2천 원


광주 퇴촌면에 자리한 동네 책방 ‘서행구간’을 사랑한 이들이 책방과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풀어냈다. 10대부터 50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연령층이 폭넓은 8명의 작가진(주안, 김향옥, 김현정, 서연, 김나연, 조현재, 지수, 혜준)은 서행구간에 들어가면서 삶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저마다 결핍과 상처를 가진 이들이 책방 주인과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상처를 서서히 치유해간다. ‘서행구간’은 이중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숨겨두었던 자신의 사연을 조심스럽게 드러내는 물리적 공간인 동시에 자신의 인생 속도를 재조명하는 심리적 상태인 것이다.

작가들은 자기만의 속도를 놓친 채 세상 속도에 맞추려고 안간힘 썼다는 것을 깨닫고 더이상 애쓰지 않고 내 속도를 지키며 살겠다고 다짐을 한다. 이 책에는 그들이 겪은 지난 삶의 민낯과 다가올 삶에 대한 소박한 결기가 담겨있다.

또, 책 끝부분에는 퇴촌에서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과 산책로에 대한 소개가 실려있다. 독자들은 이웃의 경험을 통해 큰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어스
이종혁 외 4명/그런 의미에서/292쪽/값 1만3천 원


수원 ‘그런 의미에서’는 글쓰기 모임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책방이다. 글쓰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책 출판으로 이어지는 ‘와글와글’ 모임이 세 번째 이야기를 선보인다. 세 번째 책 ‘어스’는 총 다섯 명의 작가(이종혁, 홍은화, 양단우, 주얼, 본본)들이 참여했다.

와글와글 이야기는 같은 주제를 가지고 서로 다른 글을 쓰는 것에서 재미를 찾는다. 기존에는 기획자가 주제를 정하고 작가들이 선택해 글을 썼지만 이번은 조금 다르다. 참여 작가들이 직접 주제를 제시하고 이를 무작위로 작가들에게 전달했다. 작가들은 본인이 제시한 주제를 제외하고 한 가지를 더 선택해 총 두 가지의 주제로 소설을 집필했다.

다섯 작가들이 제시한 주제는 소란, 파도, 사춘기, 소멸, 레몬이다. 서로 다른 주제를 가지고 집필을 한 만큼 다채로운 이야기가 탄생했다. 전혀 다른 조합의 주제였지만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는 소설도 있다.

이현우 책방지기는 "읽기 전에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읽기 시작하면 헤어나올 수 없고, 다 읽고 나면 작가들의 또 다른 작품이 궁금해지는 이야기가 담겨있다"며 "글이 끝나면 작가의 인터뷰가 나온다. 인터뷰를 통해 어떤 주제를 가지고 어떤 글을 썼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상처를 더 받는 당신이 있다
김신영/대한출판사/305페이지


저자 김신영은 30여 년간 교직 생활을 한 ‘교육자’이자 상담전문가로 관리자로 근무하면서 직접 부적응 학생과 상담을 진행, 스스로 상처를 회복하고 정서적 안정을 찾도록 도운 경력이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같은 상황을 겪어도 상처를 더 받는 사람이 있다고 말한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유독 다른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쉽게 상처받는 사람이 있는 반면, 상처받을 만한 상황에도 전혀 타격을 받지 않고 인간관계를 편안하게 유지해 나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상처를 잘 받지 않는 사람들의 힘은 어디서 나올까? 이 책은 상처받지 않는 탄탄한 자아가 만들어지는 자아개념, 자아존중감, 자아 정체감의 메카니즘과 그 비밀에 대해 다루고 있다.

특히 인간의 상처를 개인의 자아 정체감과 연결시키는 독특한 관점, 교장과 학생 간의 삼단논법적 대화는 독자로 하여금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시키고 가독성을 높였다.

김유진·양효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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