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시대
방서현|리토피아|224쪽|값1만4천 원

‘좀비시대’는 학습지 방문교사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시대를 정면으로 비판한 소설이다. 저자 방서현 작가는 우리 시대가 인간성을 상실한 좀비시대임을 선언한다. 작중 인물들은 공동의 선 대신 돈과 권력이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됐지만, 그 사실조차 모르고 살아간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교묘하게 자신을 감추거나 처음과는 다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어느 조직, 어느 집단이나 마지막에 드러나는 것은 결국 돈과 권력인 것이다.

고명철 문학평론가(광운대 교수)는 "소설의 결말은 매우 비관적이고 충격적이다. ‘좀비시대’가 말미에 던지는 몹시 불편하면서도 래디컬한 이 물음이야말로 산문정신으로서 소설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준다"고 평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세계에 산다
조제프 쇼바네크|현대지성|304쪽|값1만6천500원

만 6세까지 말도 하지 못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할 지적 능력이 없다고 판정받은 소년. 우수한 성적으로 바칼로레아(프랑스의 수능)를 통과하고 독학으로 고대언어를 비롯한 10개 언어를 습득한 박사. 놀랍게도 이 둘은 한 사람이다. ‘우리는 모두 다른 세계에 산다’의 저자 조제프 쇼바네크는 지금껏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자폐인의 내면세계와 자폐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흥미로운 관점을 재치있게 풀어냈다.

친구들이 수업 끝나고 카페에 가자고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던 학생이면서 프랑스 명문대 시앙스 포(파리 정치치대학)를 졸업한 저자는 "나는 자폐증과 함께 산다"고 고백하며 자폐증은 자기 삶을 망가뜨린 장애가 아니라 자신을 설명하는 하나의 특징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
듀나|퍼플레인|272쪽|값 1만5천 원

한국 SF문학의 대표작가 듀나가 미스터리 단편집으로 돌아왔다.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는 듀나가 그간 써온 미스터리 작품들과 이번 단편집을 위해 새롭게 쓴 단편 8편이 담겨있다. SF작가로 잘 알려진 듀나가 미스터리 장르를 전면으로 내세운 첫 책이기도 하다. 범인의 고백과 형사의 수사, 밀실 트릭과 연쇄 살인, 피와 시체, 의심과 추리, 반전이 뒤얽히는 미스터리의 세계가 펼쳐진다.

표제작인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회적 현상, ‘영화계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과 ‘미투 운동’을 작품 안으로 끌어들인다. 작가는 고전적인 장치들을 활용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바꿔나가면서 21세기 한국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적절히 녹여냈다.
 

사춘기라는 우주
황영미|허밍버드|268쪽|값1만5천 원

제9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작 ‘체리새우:비밀글입니다’로 잘 알려진 황영미 작가가 에세이 ‘사춘기라는 우주’를 펴냈다. 작가는 특유의 익살과 재치있는 문체로 그만의 사춘기 이야기를 풀어낸다. 허벅지를 찌르고 ‘참을 인’을 새기며 인내로 두 자녀의 사춘기 양육을 지나온 엄마의 마음, 그러나 생을 돌아봤을 때 어릴 적 사춘기 시절이 ‘내 인생의 황금기였다’고 말하는 자전적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작가가 들려주는 사춘기는 단순한 공감을 넘어 어른과 아이들의 시선을 맞닿게 하는 힘이 있다. 특히 작가의 사춘기 시절 이야기는 마치 어제 일처럼 너무나도 선명해 독자로 하여금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김유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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