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서귀포가 그리울 때가 있다
오승철 |황금알 |112쪽


살아가며 우리가 은어, 비속어, 영어 등을 끊임없이 쓰는 것은 뭐랄까, 말맛? 그안에 담긴 온전한 기분을 전하기 위함이 아닐까?

제주도에서 태어난 시인은 구태여 육지사람들의 입맛에 맞추지 않았다. 그렇다고 욱여넣듯 제주말로 채우지 않았다.

밀물 썰물일듯 제주말 서울말이 오고갈뿐이다.

시 중간 중간 알듯 모를듯 쓰인 제주말로 "그 뜻을 알게되면 그 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 나의 감정에 그말이 온전하게 이식될 수 있을까? 제주에 살며 제주사람들과 꽤나 어울려야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꼬리를 물다가도.

잔에 넘쳐 바닥을 적셔버린 말 보다는 담담하게 쓰여진 그의 시를 읽고 있노라면.

이런들 엇더하리 저런들 엇더하리.

막연한 상상과 나만의 감정으로 공백을 채우는 것도, 그것이 궁금해 찾아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


모로 가도 모로코
이경한|푸른길|312쪽


대서양과 지중해, 마그레브의 끝이자 시작, 아틀라스 산맥, 지브롤터 해협. 사막과 대양 품에 안은 나라.

유럽처럼 잘알려지지도, 아시아처럼 익숙하지도 않은 다른 색, 다른향기의 나라. 모로코.

저자인 지리학자 이경한은 카사블랑카, 라바트, 페스, 쉐프샤우엔, 탕헤르 등 모로코의 주요도시를 소개한다.

물론 유명한 장소 역시 소개하지만 그가 집중한 것은 모로코의 삶인 듯 하다.

골목길, 주택과 건물의 양식, 음식이 아닌 테이블, 삶의 현장, 여행 중 시시콜콜한 에피소드 등모로코 사람들의 일상을 소개한다.

여행자의 본분?도 잊지 않았다. 여행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이동’시간도 지워버리지 않고 각 주제별 서문을 ‘00도시로 가는길’로 시작한다.

낯선 지역이어서일까 그의 책은 그 옛날 박물지, 견문록, 여행기를 떠오르게해 읽다보면 사막을 건너는 대상 또는 바다를 건너는 항해자가 된 듯한 기분을 불러 일으킨다.

저자는 머리말에 "제목 그대로 모로 가도 모로코로 가면 된다는 마음으로 방식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모로코를 경험하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한 여행기"라며 "역사적인 배경과 의미를 파고들어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삶의 양식에 주목한다"고 소개했다.
 

지적대화를 위한 교양인의 중세이야기
엘레오노로 자네가 |팬덤북스|178쪽


중세유럽을 떠올리는 이미지. 기사와 성, 왕자와 공주의 이야기 등 판타지 속 환상적 이미지와 봉건제와 농노, 종교재판, 흑사병 등 암흑시대가 떠오를 수 있다.

이 책은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중세 유럽의 새로운 이면과 사실, 기존의 오해를 만화와 함께 풀어낸다.

저자는 중세란 무엇이고, 유럽의 중세는 어느 기간을 말하는지부터 시작한다.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서로마가 멸망한 476년부터 마르틴루터가 종교개혁을 위한 95개조를 발표한 1517년으로 보고있다.

약 1천100년의 기간이다. 그는 중세를 근대의 개념인 화약, 관료제, 국제무역 이전의 시기를 말한다. 때문에 중국의 중세는 960년 송나라 건국이후 각 지역별 중세의 적용은 달라 진다고 말한다.

이어 중세가 암흑시대라는 오명을 얻게된 이유를 설명하며 시간의 흐름을 순서대로 사건, 주제, 집단을 키워드로 제시해 설명한다.

또 만화적 표헌과 저자만의 독특한 서사를 통해 중세 유럽의 역사를 읽어 내릴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딱딱한 역사책이 아닌 만담꾼의 이야기 보따리를 듣는 듯 편안한 전개를 보인다.
 

바라만 봐도 닳는 것
임강유|읽고싶은책 |142쪽


이번에 출간된 ‘바라만 봐도 닳는 것’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번쯤 느껴본 슬프고 아픈 감정을 풀어낸 시(詩) 87작품이 수록돼 있다.

임강유 시인은 "이번 시집에는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감정을 담은 작품들이 수록돼 있다"며 "현재를 살아가는 힘들고 슬프고 아픈 사람들에게 이 시집이 치유서로 다가가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이어 "하루에도 수백 권이 넘는 도서가 출판되는 현 출판계에서 내 책이 ‘별’이 됐으면 좋겠다. 별은 많으면 많을수록 밤하늘이 빛난다. 그것에 일조하는 게 내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임 시인은 미술, 문학, 음악 등 모든 장르의 협업을 위해 분야별 예술인들이 모인 비영리법인 한국청년문화예술회의 대표를 역임하고 있으며 미술과 문학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전시회 ‘포문을 열다’, ‘선의의 추구’, ‘청년시인전’을 기획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안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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