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범죄자 면담 시즌이 도래하였다. 학기 중에는 지방 출장이 어려우므로 방학 때마다 연구과제를 수행할 겸 범죄자 면담을 이어오고 있다. 겨울에는 너무 추우니 마주 앉아 이야기 하는 것이 어렵지만 여름에는 선풍기 바람 쏘여가며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는 것이 꼭 짜증나는 일만은 아니다. 금년에는 출소자들이 모여서 생활하고 있는 법무복지공단을 순회하고 있는데, 지역사회에 스며든 공간들이라서 외부인의 접근성이 좋다. 그러다보니 교도소와 같은 보안시설들을 방문하는 일보다 훨씬 마음이 가볍다.

이런 시설들을 돌아다니게 된 계기는 교도소의 과밀 때문이다. 최근 성범죄나 아동학대 등 약자에 대한 폭력행위에 전반적인 문제의식이 생기면서 판결 선고에 있어 장기형이 일반화되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교도소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과밀하다. 한 번 교도소에 수감이 되면 빨리 나가지를 못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사회환경적 스트레스를 극심하게 유발하는데, 수용자 뿐 아니라 교도관들에게도 여러 가지 어려움을 초래한다. 더욱이 코로나로 외부와 종종 단절되는 기간들도 도래하다보니 수용되어 있는 사람들 사이의 폭행이나 갈등이 이만저만 심각한 것이 아니다. 결국 수용의 밀도를 낮추는 것이 절실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장기수들이라고 무조건 그대로 두기보다는 가석방을 보다 원활하게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혹자는 엄벌에 처하는 것도 쉬운 일이 결코 아니었던 것을 왜 출소를 시키려 노력하느냐고 질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인간에게 있어 자유에 대한 갈망은 보편 평등한 것이라, 하물며 재소자라고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만일 교화에 성공을 한 수감자가 있다면 그를 굳이 만기출소 때까지 붙잡아 두어야 하는 일은 국가 예산의 낭비이기도 하기 때문에 가석방은 타당한 이유를 지닌다. 이렇게 가석방을 고려하는 것이 당사자나 열악한 환경의 교정시설, 그리고 교도관의 업무부담 완화를 위하여 꼭 필요한 일인데, 문제는 재범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어찌 보장하느냐는 질문이 관건이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서는 두 가지 방안은 꼭 해결이 되어야 한다. 하나는 과학적인 방법의 재범예측과정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출소 이후의 방만한 생활이 누군가에 의하여 관리가 되면 좋겠다는 사실이다. 전자는 방법론적인 문제이니 전문가들의 영역이라고 젖혀 놓더라도 후자는 바로 우리 모두의 일이 된다. 그 이유는 결국 사회라는 곳은 전과가 있든 없든 모두가 어울려 살 수밖에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과연 성공적으로 이들의 재범위험성을 낮출 수 있을 것인가, 즉 이들을 재사회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가 문제인데,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범죄자에 대한 인권침해라는 논리로 출소자에 대한 관리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겨왔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들 중 출소한 고위험군에게 일정기간 동안 의무적으로 국가가 일자리와 잠자리를 제공하면서 관리하는 일이 꼭 비인간적이기만 한 일일까? 아마 국가에 의해 관리가 되는 동안은 재범을 하기가 여의치 않을 것이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법무복지공단에서 이 같은 특정 출소자 관리 및 지원의 역할을 할 수만 있다면 이들의 재범위험성을 현저히 낮추는 데도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야간 수용 등으로 자유권은 일부 침해받을 수 있겠으나 당사자나 지역사회의 안전 나아가 교정시설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다면 이런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이 무더위에 교도소 안에서는 수용자 간 싸움으로 목숨을 잃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물론 당사자들의 책임이 제일 크다. 하지만 비좁은 공간 내에서 생활하는 이들에 대한 우리들의 외면이 어쩌면 귀중한 목숨의 손실을 유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면 평면적인 인권침해 논쟁보다 적극적인 해법을 찾는 일이 오히려 이들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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