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을 보면 시가총액이 조 단위가 되는 업체들이 많지만, 우리나라의 의료기기 제조사들은 영세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돈수 아이메디컴 대표는 비구컵 제거기 ‘이지엑스’ 개발에 나선 까닭을 이같이 설명했다. 개발이나 마케팅, 영업적인 인력수급의 어려움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한국 의료기기제조산업에도 이제는 대형업체가 등장해 시장을 선도하고, 전체 산업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는 회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지엑스 개발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대부분의 모든 의료기기는 130℃의 멸균 고열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이에 따른 내구도가 요구된다. 배터리 핸드피스인 비구컵 제거기 역시 마찬가지다. 의료용 배터리 핸드피스는 수술실의 멸균환경을 위해 130℃의 고압 스팀멸균을 하기 때문에 혹독한 환경에서 수없는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배터리만 제외하고 모든 소재가 극한의 환경에서 내구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아이메디컴은 핵심부품인 모터부터 기계적 장치까지 모든 부분을 자체기술로 만들었다는 데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의료용 배터리 핸드피스는 선진국의 글로벌 업체들이 선점하고 있는데, 미국, 일본, 영국, 스위스 등에 이어 세계 7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케이스다.”

-이지엑스 개발 성공의 밑거름은.
“적정 블레이드 강도를 찾기 위해 수많은 테스트를 거쳐야 하는데, 기존 외상정형수술용 드릴, 쏘, 블레이드 600가지를 만들어 온 기술 축적이 없었다면 5년 이상 더 긴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지금은 국내 허가와 미국 FDA에 등록을 마쳤으며, 북미 및 일본시장을 비롯한 아시아와 중동에 판매될 예정이다.”

-의료산업의 트렌드는.
“수술과 관련기술이 계속 발전하면서 최소한의 침습, 절개를 하는 것이다. 몸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고 수술을 하는 것이 예후가 좋다. 최근에는 관 하나만 뚫어 해결하기도 한다. 더 작고, 더 얇고, 튼튼하게… 이것이 최근 의료산업의 하이테크고 트렌드다. 아이메디컴은 의료용 풍선도 생산하는데 자동차바퀴의 압력이 35psi라면 의료용 풍선의 압력은 350psi로 최근에는 700psi 수준의 제품도 생산한다. 실제로 제품을 검수하는 바이어들은 풍선을 세게 밟아서 확인한다.”

-우리나라 의료기기산업의 수준은.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도 없다. 바이오산업과 달리 대기업은 아예 시장진출 자체를 하지 않았다. 때문에 우리나라 의료기기산업의 롤모델이 없다. 대부분 중소기업인데, 인력과 재원 특히 연구개발자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해외 업체들과 견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아이메디컴이 진출한 정형신경외과 부문은 미국이 전체 시장의 45%를 차지한다. 한국은 전체 시장의 1% 수준이다. 아이메디컴의 매출 비중이 내수보다 수출이 더 큰 까닭이다.”

안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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