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_더슛미디어 곽동철대표 인터뷰 (5)
23일 오후 용인시 처인구 용인예술과학대 창의관에서 곽동철 더슛미디어 대표가 ‘가상현실 동물원 마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채운기자

최근에는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등을 아우르는 확장현실(XR)의 개념이 널리 알려지며 각종 서비스 산업에 활용되고 있다. 특히 콘텐츠 산업의 경우 XR을 도입하면 시공간에 크게 제약을 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어 그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

이와 별개로 현대사회에 범람하는 콘텐츠 중에서는 ‘동물’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동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낮아지고 도파민이 급증한다고 할 정도로 동물 콘텐츠는 ‘힐링’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가상현실 동물원 마팍(MAPAK)’은 ‘XR’과 ‘동물 콘텐츠’, 이 두 가지를 가장 적절하게 활용했다. ‘가상현실 동물원’이라는 이름답게 VR기기를 착용하고 전용 의자에 앉기만 하면 직접 동물원에 가지 않고도 어디서든 동물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그 개념이 워낙 생소하다 보니 기자 역시 직접 ‘마팍’을 체험하기 전까지는 VR기기를 착용한 채 동물 영상을 보는 정도만 생각했다. 그러나 직접 체험해본 가상현실+동물원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았다.

평소 쉽게 접하지 못하는 양서·파충류의 영상에 맞춰 VR 진동의자에서는 진동과 함께 동물에 대한 스토리가 흘러 나온다. VR기기를 착용한 채 동물의 움직임을 따라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다 보면 5분이 빠르게 지나간다. 그야말로 가상현실에서 경험한 동물원이었다.

중부일보는 가상현실 동물원 마팍을 개발한 곽동철 더슛미디어 대표를 만나 지금까지의 제작 과정과 향후 미래 구상에 대해 들어봤다.

23일 오후 용인시 처인구 용인예술과학대 창의관에서 곽동철 더슛미디어 대표가 프로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임채운기자
23일 오후 용인시 처인구 용인예술과학대 창의관에서 곽동철 더슛미디어 대표가 프로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임채운기자

◇동물 복지와 환경 보호 모두를 잡다=가상현실 동물원 마팍(MAPAK)은 ‘마이크로 360 애니멀 파크(Micro 360 Animal Park)’의 줄임말이다. 기존에 광고PD로 10년 넘게 일했던 곽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멸종위기 희귀 양서·파충류 콘텐츠 100여 편을 VR콘텐츠로 자체 제작해 마팍을 론칭했다.

또한 그는 VR콘텐츠와 연동되는 VR 진동의자도 자체 개발해 콘텐츠의 깊이를 더했다. 해당 의자에는 6개의 진동모터와 스피커가 내장돼 있어 실재감과 몰입감을 배가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영상물에 대한 저작권을 비롯해 제품 관련 특허와 상표, KC인증 등도 함께 보유 중이다.

마팍의 이러한 제품들은 판매용이 아니라 방문체험 전용 기기다. 이 때문에 곽 대표는 출장 신청이 오면 직접 체험장비를 챙겨 현장에 다니고 있다.

곽 대표는 "기획 당시에는 특정 기관에 장비를 세팅한 이후 오는 사람들이 알아서 체험하는 구조였다"면서도 "지금은 방문체험으로 방향을 틀어 유치원, 초등학교, 백화점 쇼핑몰 등 다중이용시설 등에 출장을 다니고 있다. 현재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계약을 맺고 매 주말마다 출장체험을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곽 대표는 마팍을 론칭함에 있어 동물 복지와 환경 보호를 가치로 내걸었다. 콘텐츠를 제작할 때도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전문가 입회하에 실제 환경과 온도 등을 맞춘 최적의 세트를 별도로 제작하고 있으며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 있어서는 탄소 배출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곽 대표는 마팍이 국내 최초이자 시장 유일의 아이템이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당장에는 수입원이 크지 않더라도 향후에는 점차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곽 대표는 "세상에 없던 아이템이라고 해서 마냥 좋아할 수는 없다. 역으로 시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지난해 개정된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며 동물들의 이동 전시와 체험이 제한됐다. 마팍이 이 자리를 어느정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3일 오후 용인시 처인구 용인예술과학대 창의관에서 곽동철 더슛미디어 대표가 프로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임채운기자
23일 오후 용인시 처인구 용인예술과학대 창의관에서 곽동철 더슛미디어 대표가 프로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임채운기자

◇"첨단미디어와 스토리텔링의 결합, 마팍이 해냅니다"=VR기기로 동물들을 체험한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누구라도 생각할 수 있을지언정 그것을 실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콘텐츠 및 진동의자 개발에만 총 3년이 소요됐고 그 사이 투자비용으로 7~8억 원이 들었다. 심지어 VR콘텐츠를 풍부하게 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연구목적으로 1~2마리만 존재하는 동물을 캐스팅하기도 했다.

이처럼 곽 대표의 노력 끝에 세상에 나온 마팍이지만 아직은 갈길이 멀다. 특히 체험 대상을 다시 설정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곽 대표는 "우리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동물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처음에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타깃으로 설정했다. 어느 곳에서든 한번 체험을 해보면 너무 만족하지만 출장 금액을 감당할 수 있는 유치원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다행히 대기업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꾸준히 찾아주고 있지만 고객층을 재설정하는 작업도 병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 곽 대표 개인적인 어려움도 컸다. 지난해 연초에는 화상사고로 한 달간 병원에 입원했으며 연말에는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곽 대표는 가족의 신뢰와 함께 고객들의 반응에 힘을 얻고 있다. 그는 "당장의 경제적인 어려움에도 가족들이 전폭적인 지지의사를 보내주고 있다"며 "고객 반응도 좋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 중순까지 2만 명이나 마팍을 체험했다. VR기기로는 역대급이다. 반응도 좋다"고 웃어보였다.

곽 대표는 고객들의 호응에 힘입어 콘텐츠 및 장비 고도화에 힘쓰고 있다. 이미 VR 진동의자의 경우 청개구리를 모티브로 한 새로운 디자인까지 마련됐다. 영상 콘텐츠 역시 꾸준히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그는 "직접 현장을 다니며 이슈도 확인하고, 고도화 방향성도 설정 중"이라며 "이 같은 고민을 통해 첨단미디어 기술과 스토리텔링을 결합하는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전했다.

◇함께 성장하는 사회를 위해 꿈꾸다="사업 아이템은 제 것이어도, 제작 과정에서 정부 지원을 받았으니 환원을 해야죠. 앞으로도 디지털소외계층과 소아과 환자들을 위한 무료 체험은 계속 진행할 예정입니다."

곽 대표는 업체를 운영하는 데 있어 자신만의 신념을 내세웠다. 마팍을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동물 복지와 환경 보호라는 가치를 전달하는 용도로 활용했다. 이를 위해 마팍의 비용을 부담스러워하는 이들을 대상으로는 무료로 체험을 진행한다.

또한 그는 기존의 이동 동물체험 사업자와도 상생을 추구했다. 개정된 동물원수족관법으로 인해 생긴 빈자리를 마팍이 대체하면서도 그들과 함께 성장하기 위한 방법을 고심하는 것이다.

곽 대표는 "이동 동물체험 사업자들의 시장이 사라지면 마팍도 같이 도태된다. 시장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함께 성장해야 한다. 그 분들이 갖고 있는 영업망을 활용해 함께 하게 되면 마팍의 사업성은 더욱 확장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사업을 시작한 이상 잘될 때도 있지만 언젠가는 망할 때도 있을 것"이라며서도 "세상이 좀 더 나아지는데 가치의 방점을 두었던 마팍의 영업 철학만큼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성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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