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거주 17년차 접어든 영주권자
아들 3명 둔 다문화가정 고충 토로
"자녀 양육과 일자리 문제 쉽지 않아
단순노동 아닌 전문분야 취업 희망
노년 준비 어떻게 할지도 못 정해"
"저처럼 10년, 15년 이상 머무는 사람들도 많고, 한국에 아이를 데리고 들어와 살거나, 와서 자녀들을 낳게 된다면 적어도 아이가 장성하기 전까지는 여기서 머무르려는 사람들이 많을 거에요."
키르기스스탄 국적의 영주권자 홍안나(37·여) 씨는 지난 2007년에 교환 학생으로 한국에 와서 한국인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한국에서 가정을 꾸렸다.
한국에 거주한 지 어느덧 17년 차에 접어든 홍 씨는 남편의 성을 따 ‘홍 안나’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27일 인터뷰 당시 아들 3명 중 셋째 아이와 함께 인터뷰 장소에 나왔다.
홍 씨는 한국에서 자식들을 낳고 기르며 영주권을 통해 장기적으로 한국에 머물고 있다.
그는 한국을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로 키르기스스탄은 자신의 ‘역사’가 담겨있는 곳이기에 귀화하지 않고서 영주권자 신분으로 한국 생활을 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에서 살아가는 외국인 엄마’로서 국내 다문화 가정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그는 "한국에 들어와 정착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면서 "아직까지도 쉽지 않은 것은 한국에서 자녀를 양육하는 것과 노후를 위한 일자리 문제다"라고 입을 열었다.
특히 "다문화 가정을 꾸린 이들이 한국으로 들어왔을 때 한국어 전공 이외에도 새로운 전공을 필수로 배울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며 "지금 한국에서 10년 이상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여기서 노후까지 맞을 가능성이 높을 테니, 이분들을 단순 노동 일자리에서만 일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한 명의 한국 사회 구성원으로서 전문 인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홍 씨는 결혼이주여성으로서 이주민을 5년 이하로 교육(훈련)시키고, 해당 이수 이력을 통해 전문 분야까지 이어 취업할 수 있게 하는 장기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또 다른 결혼 이민자도 같은 고민 호소
자녀들 독립 시킨 후 본국행 답변도
책임져야 할 자녀들도 있는데 단기 일자리에만 외국인을 취직시켜 일하게 하고, 계약 기간이 끝나면 취직을 희망하는 분야와는 무관하게 뽑히는 대로 일하는 삶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한 가정의 부모로서 안정적인 일자리와 더불어 한국을 발전시키고 나라의 미래를 함께 책임질 수 있는 한 명의 인재로서 일하고 싶어했다.
또한 홍 씨는 한국에서의 미래 계획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남은 삶도 한국에서 가족과 함께 여생을 잘 보내고 싶은데 노년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며 "막연히 교육열이 강한 한국에서 자녀들을 잘 키우고 난 후 본국으로 여행을 자주 다니고 싶은 생각은 있다"고 답했다.
취재진이 만난 결혼이민자 중 홍 씨처럼 국제결혼이 늘어나던 시기에 한국에 들어와 초기에 정착한 이들은 이제껏 그래왔듯 앞으로도 한국에서 거주할 생각이 있었지만, 정확한 노후 계획을 세운다거나 한국에서의 노년을 대비하고 있는 이들은 없었다.
한국에서의 노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들은 바도 없고, 어디에서 노후 준비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에 관해서도 잘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로 11년째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미얀마 출신 영주권자 잉묘떼인(45·여) 씨도 "앞으로 한국에서의 목표도 없고 준비 중인 노후 계획도 딱히 없다"며 "나도 나이가 더 들고, 자식들도 다 커서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나이가 된다면 미얀마로 돌아가 노후를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윤수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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