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화재 화상피해 중상자들
사고직후 2~3차 걸쳐 병원 전전
닥터헬기로 50km거리 서울 이송
서울 2·부산 1·대구 1·충북 1개 뿐
경기도 화상환자 최다 불구 0곳

24일 오후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 업체에서 난 화재로 11명의 사상자와 23명의 실종자가 발생한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실종자를 구급차로 이송하고 있다. 김경민기자
24일 오후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 업체에서 난 화재로 11명의 사상자와 23명의 실종자가 발생한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실종자를 구급차로 이송하고 있다. 김경민기자

화성 일차전지 공장 아리셀 화재로 화상 피해를 입은 중상자들이 사고 직후 2차~3차에 걸쳐 여러 병원으로 재이송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지역 의료 공백이 여실히 드러났다.

전국에서 화상 환자가 가장 많은 경기 지역에 화상전문병원이 부재해 의료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중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아리셀 공장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 규모는 사망자 23명, 중상자 2명, 경상자 6명 등 31명이다. 이 중 중상자 A씨, B씨(모두 40대)는 각각 양팔, 전신에 2도 화상을 입었다.

소방에 따르면 A씨는 아리셀 공장에서 약 20km 떨어진 화성디에스병원에 이송됐다가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재이송된 뒤 화상전문병원인 베스티안서울병원으로 최종 이송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측에서 화상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으로 환자를 옮길 것을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수원 아주대병원으로 1차 이송됐다가 닥터헬기를 타고 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됐다. 화상전문병원인 한강성심병원은 아주대병원과 약 50km 떨어져 있다.

B씨는 사고로 전신 2도 화상을 입어 A씨보다 중한 부상을 입었다. B씨는 현재 의식이 없는 상태로 생명이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모두 서울로 이동한 이유는 경기 지역에 화상전문병원이 없기 때문이다. 몇 초 차이로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골든타임을 놓쳤더라면 위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 업체에서 일어난 화재로 22명 사망, 8명 중경상, 1명이 실종상태인 가운데 25일 오전 화성시 서신면 일차전지 제조공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신원미상의 시신 일부가 추가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김경민기자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 업체에서 일어난 화재로 22명 사망, 8명 중경상, 1명이 실종상태인 가운데 25일 오전 화성시 서신면 일차전지 제조공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신원미상의 시신 일부가 추가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김경민기자

보건복지부가 제5기 1차년도(2024~2026년) 전문병원으로 지정한 화상전문병원은 ▶서울 2개(한강성심병원, 베스티안서울병원) ▶부산 1개(베스티안병원) ▶대구 1개(푸른병원) ▶충북 1개(베스티안 병원) 등 5개다.

전문병원 지정 제도는 지난 2011년 시행됐다. 의료 서비스의 전문성을 높이고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함이다. 화상뿐만 아니라 뇌혈관, 심장 등 18개 분야에 94개 의료기관이 지정돼 있다.

전문병원 지정 제1기부터 제5기까지 화상전문병원은 3~5개 수준으로 유지돼 왔지만, 경기 지역은 여전히 부재하다.

반면, 화상 환자 수가 전국에서 경기 지역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18~2022년 전국 화상 환자는 총 289만 2천744명이다. 이 중 경기 지역 환자는 69만 3천154명으로, 5년 연속 전국 최다 수치다.

화상전문병원은 전문병원 중에서도 ‘사회적 필요분야’에 해당한다. 의료 서비스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 국민 안전을 위해 반드시 갖춰져야 하는 전문병원으로 분류돼 있다.

이러한 중요성에도 산업재해로 화상을 입은 전국 각지의 화상 환자들이 서울로 몰려오는 실정이다.

전문병원 규모가 일정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로는 높은 진입 장벽과 비용 문제 등이 꼽힌다. 전문병원으로 지정되려면 여러 인증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병원 시설 개선과 충분한 인력 유지 등 조건이 뒤따라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고 진입 장벽을 무작정 낮추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말 그대로 ‘전문병원’이기 때문에 특수 의료 서비스의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심평원은 ‘전문병원제도 확대를 위한 중장기로드맵 수립 연구’에서 "특정 질환 의료행위를 실행할 최소한의 요건을 갖춤에도 진료 환경 등 지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병원급 의료기관을 ‘예비 전문병원’으로 지정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경민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