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의 결혼이주여성들은 실질적인 자녀의 입학이나 입시 등과 관련한 정보에 대해서도 잘 모를뿐더러 부모들끼리 입시 관련 정보를 공유한다는 사실도, 또 그런 커뮤니티의 존재 여부를 쉽게 알 수 없다.

결혼이주여성들이 설령 이런 자녀 입시 관련 정보를 안다고 하더라도 이들은 한국인 엄마들로만 구성된 공동체에 속하기가 어렵다. 자신이 외국인 엄마라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할까 우려돼 소속되기를 꺼리기도 한다.

미얀마에서 한국인 남편과 혼인한 후 첫째 딸을 낳고 살다가 딸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위해 2013년 한국에 입국한 잉묘떼인(45·여) 씨. 잉묘떼인 씨의 딸은 벌써 올해로 대학 진학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이다.

잉묘떼인 씨는 "한국 엄마들은 엄마들끼리 커뮤니티가 있어서 서로 다 만나서 얘기하고 정보도 나누고 그러는데, 우리는 거기에 속해있지 않으니까 따로 엄마들끼리 만나는 것도 없다"며 "정보가 없으니 큰 애나 작은 애나 방과 후 교실 같은 걸 보낼 때 뭘 보내야 하는지, 뭘 하면 좋은지를 잘 몰라 어려웠다"고 전했다.

이어 "외국인 엄마여서, 또 내 자녀가 외국인 엄마의 아이라고 차별받을까 봐 한국 엄마들의 모임에 들어갈 생각은 하지도 못 했다"고 밝혔다.

올해로 17년째 한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키르기스스탄 출신의 영주권자 홍안나(37·여) 씨도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그녀는 슬하에 한국에서 출생한 3명의 아들을 두고 있다.

홍 씨는 "내 나라랑 자녀를 키우는 방식이 많이 다르긴 하다"며 "한국은 교육열이 무척 치열하다. 한국 엄마들이 아이들 방과 후 교육을 신청할 때 미리 1분을 남기고 자리에 앉아 대기하다가 0.00몇 초에 수강 신청 누르려고 한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실질적인 ‘교육 노하우’ 같은 것들을 알려주는 이들은 없었다고 부연했다. 그저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신청하면 되는 줄 알았었는데 아니었다며, 엄마들 사이에서도 교육 경쟁이 치열하다는 사실을 그때야 체감했다.

또한 홍 씨는 "한국에는 ‘엄마’들끼리의 모임이 있어서 서로서로 정보도 주고받고 그러는데 우리 역시 한국에 있는 ‘엄마’이지만 거기에 속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자신의 일화를 말하던 홍 씨 역시 앞선 잉묘떼인 씨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자녀들을 키우는 ‘한국 엄마들끼리의 연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 입국하고 자녀들을 키운 지도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이 2000년도 초반에 입국할 당시 한국의 이런 치열한 교육 경쟁 사회를 예측하고 들어온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정지윤 명지대 산업대학원 이민·다문화학국제교류경영전공 교수는 "일차원적으로 이민자들이 한국을 배워 ‘정착’하는 것에서 끝이 아니라 한국에 ‘융화’가 돼야 하는 시스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들이 한국 사회에 녹아들어 자연스럽게 정보를 스스로가 습득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연경기자·윤수민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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