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46번: 오산교통차고지~팔달문

중부일보는 올 한해 경기도 내에서 운행하는 다양한 시내버스를 타고 관광명소, 전통시장 등 가볼만한 장소를 소개하고 있다. 각 지역의 특색을 담은 장소나 지역의 명소를 방문하고 지역민들과 함께 소통하며 그 곳에 담겨있는 스토리를 조명하고자 한다. 연중기획으로 이어지는 ‘버스타고 한 바퀴’의 네 번째 순서는 정조의 발자취와 효심을 엿볼 수 있는 오산 46번 버스다.

용주사 정류장에 들어서는 46번 버스. 사진=임창희기자
용주사 정류장에 들어서는 46번 버스. 사진=임창희기자

여러 TV드라마를 통해 우리에게 친숙한 조선의 임금 정조는 수원과 화성, 오산 지역에 여러 자취를 남겼다.

오산교통차고지를 기점으로 수원 팔달문에서 회차, 왕복 70여㎞를 운행하는 오산 46번 버스를 통해 정조대왕의 업적과 효심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다.

46번 버스는 새벽 다섯시에 오산교통차고지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첫차로, 평일에는 50~100분 가량, 주말에는 2시간 가량의 배차 간격으로 운행되고 있다.

배차간격이 큰 만큼 46번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미리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만나기 어려운 버스 중 하나지만 팔달문부터 정조대왕과 그의 아버지 사도세자(추존 장조)가 함께 잠든 융건릉, 정조가 아버지의 넋을 기리고자 지은 사찰 용주사까지 한번에 둘러볼 수 있다.

수원 팔달문. 사진=임창희기자
수원 팔달문. 사진=임창희기자

◇팔달문에서 출발하는 정조투어=46번 버스의 회차 장소인 팔달문은 우리나라의 보물 제402호로 지정돼 있다.

정조 18년인 1794년에 창건된 팔달문은 수원 화성의 남문(南門)으로, 정조는 팔달문을 ‘사방팔방에서 배와 수레가 모인다’는 뜻으로 풀이했다.

장안문과 함께 화성에서 가장 웅장하고 높은 격식을 갖춘 팔달문 주변은 삼남지방으로 통하는 길목이어서 화성이 지어지기 전에도 사람들이 자주 다니던 길이었던 만큼 현재도 수원 지역의 교통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수원에서 운행되는 버스 중 대다수가 팔달문로터리를 지나거나 인접한 중부대로를 지나므로 팔달문에서 버스 여행을 시작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46번 버스가 오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면 팔달문 주변에 위치한 경기도 최대의 전통시장인 남문시장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도 좋다.

남문시장은 화성 축조 당시 정조가 직접 세운 시장인 팔달문시장을 비롯한 9개 시장이 밀집해 있어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가 있다.

정조가 묻힌 건릉. 사진=임창희기자
정조가 묻힌 건릉. 사진=임창희기자

◇정조와 사도세자가 함께 잠든 곳=팔달문에서 출발한 46번 버스는 수원역 환승센터를 지나 서남쪽으로 달려간다.

팔달문에서 버스를 타면 도심을 가로지르는 노선의 특성상 교통체증이 심한 구간이 많다.

버스를 탄지 45분만에 28개 정류장을 지나 만나는 융건릉 입구 정류장은 융건릉 관리소에서 도보 3분거리에 위치해 있다.

1인 입장료 1천 원을 내면 정조와 효의왕후가 잠든 건릉(健陵)과 사도세자(장조 의황제)와 혜경궁 홍씨(헌경의황후)의 합장릉인 융릉(隆陵)을 둘러볼 수 있다.

융릉은 아버지에 대한 효심이 깊었던 정조가 특별히 예를 갖춰 화려하게 조성해 조선시대의 다른 왕세자의 무덤과는 형식이 다른것이 특징이다.

융릉과 건릉을 잇는 소나무 숲 산책로. 사진=임창희기자
융릉과 건릉을 잇는 소나무 숲 산책로. 사진=임창희기자

정조가 11년 동안 13회에 걸쳐 융릉으로 능행을 자주 나왔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효심이 깊은 정조는 아버지의 묘 옆에 자신의 무덤을 쓰기를 원했고, 그 뜻을 따라 융릉 옆에 건릉이 자리 잡았다.

융건릉의 울창한 숲길 따라 나있는 산책로를 걷는 것도 일품이다.

아버지와 아들의 사이를 이어주듯 융릉과 건릉 사이를 잇는 평탄한 소나무 숲 사이 숲길에서는 상쾌한 공기를 느낄 수 있어 기분 좋은 산책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산책로에서 만난 한 시민은 "산책로에 사람도 많지 않고 한적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자주 찾는 편"이라며 "왕릉 주변이라 그런지 뭔가 특별한 기운이 느껴지는 듯하다"며 웃어보였다.

용주사 대웅보전과 천보루. 사진=임창희기자
용주사 대웅보전과 천보루. 사진=임창희기자

◇불심과 효심이 함께하는 용주사=융건릉 입구에서 다시 버스를 타서 3번째 정류장에 내리면 용주사에 갈 수 있다.

용주사는 사도세자의 묘소를 수호하고 명복을 빌도록 정조가 일으킨 절로, 낙성식날 정조가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꿈을 꿨다했해서 이름이 용주사가 됐다.

정조의 효심을 담아 지어진 용주사는 불심과 효심이 한데 어우러진 특별한 절로 자리잡았다.

방문객을 맞이하는 사천왕문을 지나면 왼편에는 효심의 본찰 답게 ‘효행 박물관’이 있다.

이곳에는 용주사의 대표 문화재인 보물 1745호 ‘부모은중경’이 보관돼 있으며, 청동향로나 금동향로, 화성 능행도 등 정조와 관련된 유물들을 만날 수 있다.

용주사에는 일반 사찰에서 만나기 어려운 홍살문이 있는데, 사도세자의 위패를 모신 곳이기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또한 대웅보전으로 향하는 길에 있는 천보루는 궁궐 양식으로 지어져 능침사찰의 면모를 보여주고, 보물 1942호인 대웅보전은 정조가 직접 쓴 현판과 함께 창건 당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용주사에서는 템플스테이도 운영하는데, 스님이 들려주는 ‘효 문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고 하니 기회가 된다면 경험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용주사까지 둘러보고 아쉬운 마음이 든다면 다시 46번 버스를 타고 오산시에 있는 물향기수목원에 가보는 것도 좋다.

용주사에서 버스를 타고 30분이면 수목원에 도착하는데, 봄꽃이 만개한 수목원에서 봄 기운을 한껏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임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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