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마계도시 인천' 극복·도 발전 문화 육성의 힘에 달렸다

 

을왕산 아이퍼스힐 조감도 사진=인천경제청
을왕산 아이퍼스힐 조감도 사진=인천경제청

 

유명 강력범죄 탓 '마계도시' 조롱

정치권서도 '이부망천' 망언 논란

반박해봐도 이미지 전환 쉽지 않아

인천은 공항, 항만부터 원도심과 신도시까지 다양한 도시적 요소로 풍부한 공간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매력적인 촬영지로 꼽힌다.

반면 시설적·인적 인프라 구축은 한없이 부족해 영상컨텐츠 산업 발전의 기반을 마련하지 못하고 정체돼 있다.

전국의 지자체가 영화나 드라마 촬영이 해당 지역에서 이뤄질 수 있게 지원하고, 때로는 경쟁까지 벌이는 이유는 촬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 때문이다.

수십명이 동원되는 영화·드라마 촬영 현장의 특성상, 제작팀이 촬영지에 오래 체류할수록 상당한 규모의 스탭 숙박비와 식사비가 지출된다.

그러나 인천에는 실내 촬영을 위한 전문 공간이나 후반작업을 위한 시설이 없어, 촬영팀은 인천을 찾더라도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최대한 짧은 기간만을 머물 수 밖에 없다.

또한 인천시가 지역 홍보 효과 등을 위해 매년 시행하고 있는 촬영 로케이션 지원 사업 등도 투자 비용 대비 효과는 크게 떨어지는 실정이다.

부족한 인프라 탓에 야외 중심의 부분적 촬영만 이뤄지다보니, 흥행작 속 인천의 모습도 상징적인 중심 공간이라기보다는 스쳐가는 배경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

tvn드라마 ‘도깨비’에는 인천 배다리 헌책방골목의 모습도 담겼지만 관광객들은 강원도로 몰렸다.

주인공인 지은탁(김고은)과 김신(공유)가 처음 만난 장소이자 주인공들의 심경이 변할때 마다 등장하는 상징적 장소가 강원도 주문진항에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 제작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인천시의 노력도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민간투자로 추진되는 청라 영상문화복합산업단지 사업과 영상컨텐츠 개발 단지인 을왕산 아이퍼스힐 개발 사업 등은 모두 난항을 겪으며 표류 중이다.

■문화의 힘은 도시의 이미지를 바꾼다

인천은 몇몇 유명 강력범죄가 사회적으로 부각되면서 흔히 ‘마계도시’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정태옥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 방송 프로그햄에 출연해 발언한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으로, 망하면 인천으로 간다)도 최근 인천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심심찮게 등장하는 단골 표현이다.

본래 긍정적 이미지보다 부정적 이미지가 가지는 생명력이 더 질기다.

아무리 전국 범죄 통계를 들이밀며 ‘마계도시’를 반박하고, 인구증가율 및 평균소득을 내세우며 ‘이부망천’을 부정한들, 단 하나의 사례만 등장해도 이같은 노력은 물거품이 되기 십상이다.

이에 시를 비롯해 지역사회 곳곳에서는 ‘마계인천’,‘이부망천’ 등 인천에 씌워진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지역사회의 실천과 목소리는 결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를 반영할 전략적 방안이 마련되지 못하면서 헛구호만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도시브랜드를 쇄신하려면 기존의 고정관념을 부정하는 차원을 벗어나 ‘새로운 이미지’를 덧씌울만한 컨텐츠 찾기에 집중해야 한다.

프랑스는 칸, 독일은 베를린, 이탈리아는 베니스 영화제가 유명세를 타면서 전 세계적으로 문화도시의 권위와 이미지를 얻었다.

부산 '깡패도시' 부천 '위성도시'

영화제 성공 통해 '문화도시' 전환

인천도 문화콘텐츠 산업 육성 위해

지자체 차원 전략적 도시계획 중요

부산시가 가지고 있던 깡패도시라는 이미지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안착과 함께 희석됐다.

부천시는 인천과 서울의 사이에 낀 위성도시로 존재감이 크지 않았지만 장르영화제인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을 개최하며 ‘문화도시’로의 성장을 거듭중이다.

반면 인천은 도시의 역사나 규모, 인구에도 불구하고 대표적 아이콘으로 내세울 국제적 문화행사나 지역행사가 부족하다.

문화컨텐츠에 인천의 정체성을 녹여낸 행사는 ‘인천 디아스포라 영화제’정도가 유일하나, 타 영화제에 비해 흥행이나 관람객 유입 효과는 크지 않다.

문화점 거점이 형성되지 못하니 산업이 직접될 요인도 약해질 수 밖에 없다. 부산은 부산영화제의 성공 후 영화제의 중심을 남포에서 해운대로 옮기고 영화의 전당을 중심으로 센텀시티 일대에 영상기반시설을 집적시켰다.

인천이 K-문화컨텐츠 산업의 요람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자체 차원의 종합적이고 전략적인 도시계획 수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화콘텐츠 거점 형성 '인프라' 필수

청라영상단지 내년 착공 나섰지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놓고 소송전

■인천에는 문화콘텐츠가 성장할 인프라가 없다

문화콘텐츠 거점 형성은 제작환경의 집적화를 위한 시설 인프라 구축이 관건이다.

이에 인천에서도 민간투자 유치를 통해 영상문화단지 조성사업 등을 추진중이나 수년간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오히려 각종 갈등만 낳으며 점입가경에 빠져있다.

인천 청라 영상·문화 복합단지 조성사업은 본래 오는 2024년 착공을 목표로 추진중이었으나 현재 소송전이 벌어지며 난항에 빠졌다.

청라 영상·문화 복합단지 조성사업은 서구 청라동 1-820 일원(투자유치용지 5-4) 18만8천282㎡ 부지에 영화와 드라마 촬영 스튜디오, 미디어센터, 업무시설, 위락시설 등을 집적화하는 프로젝트다.

총사업비만 약 1조 5천억 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 3월 이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더이앤엠컨소시엄을 선정했는데, 공모에서 탈락한 KT컨소시엄은 지난 5월 이같은 결과에 반발하며 인천경제청을 상대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냈다.

KT컨소시엄은 더이앤엠컨소시엄의 외국인직접투자(FDI) 비율이 30%보다 낮아 사업신청 자격을 충족치 못하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도 재무역량과 전문성 등의 측면에서 평가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를 두고 인천경제청은 해당 사업부지는 소유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기준에 맞춰 공모절차를 진행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사업제안서 평가 과정에서의 공정성 문제에 대해서도 인천경제청 평가위원회는 외부 인사로 꾸려지기 때문에 특혜 여지가 없다고 일축하며 응소에 나섰다.

소송전이 벌어진 가운데 지난달에는 인천경찰청이 이같은 특혜 의혹을 두고 내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소송전과 경찰청 조사 등 각종 문제가 불거지며 청라 영상문화복합단지 사업은 한동안 추진에 속도를 내기 어려울 전망이다.

을왕산 아이퍼스힐 사업도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 사업은 인천경제청이 약 2천300억 원을 들여 을왕동 산77-4 일대 80만7천㎡ 규모에 영상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내용으로 추진된다.

인천경제청은 지난해 7월 산업통상자원부에 사업 대상지 일대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재지정하는 개발계획안을 제출했으나, 관계기관인 국토교통부와의 조율에 어려움을 겪으며 신청 단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아이퍼스힐 사업대상지의 86% 이상(69만4천㎡)이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소유로 경자구 재지정을 위해서는 국토부와 공사의 동의가 필요하다.

국토부 MRO단지 조성계획 부딪친

을왕산 아이퍼스힐 사업도 지지부진

인프라 제대로 갖추지 못한 탓에

지역인재 타지역 유출 악순환 반복

그러나 국토부와 공사는 이 부지를 항공정비(MRO) 산업단지로 조성하려는 계획으로 경제청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시설 인프라가 구축되지 못하니 인재 교육 등을 통한 인적 인프라도 형성되기 어렵다.

인천영상위원회 등 지역 내 각종 기관에서 영상, 시나리오, 웹툰, 웹소설 등 다양한 콘텐츠 제작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나 교육장을 비롯해 편집 등 배운 것을 실습할 수 있는 장소조차 마땅치 않다.

결국 인천에서 교육을 받더라도 기술적인 실습이나 취업을 위해 서울 등 타 지역으로 갈 수 밖에 없어, 지역 인재 육성도 어려움에 빠져있다.

박유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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