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외국인 마을된 함박마을… 내국인들은 "떠날래"

인천시 연수구 함박마을 거리에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어로 표기된 상가가 줄지어 있다.정선식기자
인천시 연수구 함박마을 거리에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어로 표기된 상가가 줄지어 있다. 정선식기자

피부색과 쓰는 말이 다른 사람들이 늘고 있다. 외려 내국인들이 소외받는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외국인 체류 비율이 5%에 육박하며 사실상 다문화사회가 된 현실에서 함박마을을 통해 ‘같이 사는’ 방법은 무엇인지 3회에 걸쳐 고민해본다. -편집자주-

15년째 이어온 고깃집 매출 급감
외국인 오가는 빵집은 3호점 개점
함박초교, 신입생 74%는 외국인
국내 학생, 진도 느려 타학교 전학
고려 외국인 학생 한글습득력 약해
조정길 교장 "교육현장 고충 많다"

지난 2일 인천 연수구 함박마을에서 만난 김모(64)씨가 운영하는 고깃집은 손님 한명 없이 직원들만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벽면 곳곳에 걸려있는 연예인들의 친필사인은 15년째 자리를 지킨 이 집의 인기를 대신했다. 한때 이 고깃집 매출은 하루 평균 200~400만 원 가량 됐다고 한다. 김씨는 "한창 장사가 잘될 때는 오후 10시 전후로 줄을 서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가게를 정리하고 있다. 매출이 하루 40~50만 원으로 예전보다 5배 가량 떨어졌기 때문이다.

같은 날 함박마을 한 빵집 안에는 빵 굽는 냄새가 가득했다. 간판과 매장 안의 메뉴판에는 한글과 러시아어가 같이 적혀있었다. 빵집 주인은 이가인(41·여)씨는 고려인 2세다. 우즈베키스탄에서 2004년 한국으로 와 2018년 이곳에서 문을 열었다.이 빵집은 오픈할 당시 1개 점포로 시작했지만 점차 손님 발길이 줄을 이으며 현재 함박마을에만 3개 점포가 있다. 2곳은 24시간 운영하는 점포이고 1곳은 케이크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가게다. 이씨 가게 3곳의 직원 수는 약 40명 정도 된다. 이씨는 "빵을 먹는 외국인들도 많이 찾고 다른 수도권 지역에서도 찾아온다"고 말했다.

함박마을의 고려인 등 외국인 수가 전체 주민의 절반을 넘어서면서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내국인들은 떠나고 있다.

관할구청인 연수구에 따르면 현재 함박마을 주민 1만2천명 중 7천400여명(61%)가 외국인이다. 이들 중 재외동포인 고려인이 80%이며 나머지는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필리핀, 파키스탄 등 다양한 외국인이 모여 살고 있다.

외국인들이 증가하면서 함박마을의 상권지형도 바뀌었다. 이곳의 간판 대부분은 러시아말로 돼있거나 한글과 혼용됐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전체 상가 약 40%가 외국인 상점일 정도로 우후죽순 들어섰다.

함박마을에 사는 외국인들은 러시아어를 하는 동유럽 사람들로 이들의 주식은 빵이다. 이 때문에 한식이나 중식, 분식 등 전통적으로 우리가 해오던 내국인 상권에 위기가 오는 셈이다. 특히 회(膾) 문화에 익숙치 않은 외국인들로 인해 수산물을 파는 가게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함박마을에서 내국인이 떠나는 현상은 초등학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함박초등학교는 2023년 신입생의 74%가 외국인들로 채워지면서 언어 문제로 인해 정상적인 수업 진행이 안되고 일부 내국인 학생들은 전학까지 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6학년 자녀를 두고 있는 조한주(47)씨는 학교운영위원회도 참석하고 있다. 그는 "선생님들이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통역 어플리케이션을 써서 수업을 지도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다른 학교에 비해 진도가 늦어 언어가 통하는 내국인 아이들이 역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함박초교는 5억2천만 원을 들여 담임교사 외에도 통역사와 협력교사를 두고 있다.

현재 함박초 1학년 학생 수는 86명으로 외국인과 다문화 가정 학생 수는 전체의 75.6%인 65명이다. 전교생으로 보면 562명 중 306명(54.4%)을 차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이 학교에서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간 학생 수는 25명(외국인 5명 포함)이다. 내국인들이 학교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해 동춘동 등 인근 타학교로 전학을 가고 있다.

고려인과 외국인 학생들이 절반을 넘으면서 이들의 한국어와 한글의 습득 의지가 약해지고 있다. 굳이 내국인 아이들과 소통하지 않아도 다른 친구들과 얼마든지 이야기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정길 함박초 교장은 "너무 힘들다"며 "인근 초등학교 5곳에 외국인 아이들은 최대 30%씩 분산하는 방안을 교육청에도 제기했지만 답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부터는 언어 수준별로 반을 교장으로서 배정할 생각이지만 그렇게 되면 외국인·다문화 가정 자녀 반에 지원하는 교사가 없을까 고민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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