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외신들은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기사를 잇달아 보도하면서 외교, 안보, 대북, 경제 등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이 어떻게 달라질지 주목했다.

외신들은 박 대통령이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면서도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산과 북한의 위협, 어려운 경제사정 등을 극복해 나가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 언론 “한일관계 급속한 개선은 불투명” = 일본 언론은 박근혜 정부의 출범 소식을 비중 있게 전하면서 안보, 외교, 경제 분야에서 새 정부가 직면한 과제를 집중 조명했다.

특히 한국 내부의 사정 때문에 한일관계의 급속한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하는 북한에 대한 대응, 이명박 정권 시절 악화한 한일관계 회복,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경제성장 모델 확립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또 “북한 정권과의 대화를 통해 신뢰를 구축해 나가려는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강행으로 시행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장은 북한의 무력 도발을 억제하는 안보 강화에 역점을 둘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케이신문은 박근혜 정부가 역대 정권들과 비교하면 낮은 지지율에서 출발한다고 소개한 뒤 당면 현안으로 경제문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일본과의 관계는 안정을 지향할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 내부에서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친일 성향이라는 반감 여론이 강해 일본에 대한 타협으로 보이는 일을 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일한관계의 급속한 개선은 당장 불투명하다”고 점쳤다.

도쿄신문은 “중앙정부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장관 후보자 지명을 마쳤지만 여야 대립으로 정부조직 개편 관련 법안 처리와 장관들 취임 절차가 늦춰질 것”이라며 “정부 형태가 갖춰지는 것은 다음 달 중순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여론조사 기관이 23일 발표한 박 대통령 지지율은 44%로 역대 대통령의 취임 지지율과 비교하면 두드러지게 낮아서 어려운 출발을 할 것”이라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 중국 언론, 새 정부 대북정책 주목 = 중국 언론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의 방향성에 주목했다.

반관영 통신사인 중국신문사는 이날 ‘박근혜 정부가 북핵 도전에 직면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새 한국 정부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강경책 사이에서 대북 정책 기조를 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신문사는 북한이 최근 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북한 또한 박 대통령의 새 대북 정책에 적지 않은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취싱(曲星) 소장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의 일거수일투족이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평화 안정에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며 “이런거대한 난제를 어떻게 다루느냐는 박 대통령의 정치적 지혜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취 소장은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이미 한반도 정세가 냉각기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하면서 한국의 새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한반도 정세의 급속한 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환구시보(環球時報)도 이날 ‘한국이 박근혜 시대를 맞이했다’는 제목을 기사를 싣고 새 정부의 대북 정책이 국제사회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언론 “박근혜 정부 대외정책 미지수” = 이타르타스 통신은 한국에서 첫 여성 대통령이 취임했다면서 박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국민행복과 희망의 새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7만 명이 참석한 취임식 과정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외국 사절단의 일원으로 러시아에선 빅토르 이샤예프 극동연방지구 대통령 전권대표 겸 극동개발부 장관이 특사로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통신은 또 박 대통령이 취임식에 앞서 이날 자정 군통수권도 인수했다며 이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3차 핵실험을 실시한 데 이어 추가 핵실험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고 전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북한에 핵 야망을 포기하고 남북한 간 신뢰 회복 과정에 복귀하기를 촉구한 박 대통령의 취임 연설 내용을 전하면서 1960~70년대 한국을 통치한 박정희 대통령의 딸인 그가 22세부터 영부인 역할을 대신 했었다고 소개했다.

러시아의 24시간 뉴스전문 방송 채널인 러시아 투데이(RT)는 박 대통령이 어떤대외정책을 펼지는 아직 미지수라며 특히 전임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5년 동안 밀어붙인 대북 강경 정책에 종지부를 찍고 북한과 화해할지가 관심사라고 전했다.

방송은 박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결에 진전이 있을 경우 북한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재개해 신뢰관계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면서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의 정상회담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서방언론, 경제정책 방향 관심 = 미국 경제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한국의 지도자가 경제 계획을 준비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박 대통령이 경제에대한 정부의 지대한 영향력을 유지할 것인가라는 중요한 물음에 직면했다고 판단했다.

우선 WSJ는 박 대통령이 그간 경제정책에 대한 말을 아껴왔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내놓은 실질적인 경제정책 제안은 노년층에 대한 복지 혜택을 늘린다는 계획과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을 경제부총리에 지명한 일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시장에 대한 정부 역할에 관해 상반된 입장을 동시에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일단은 경제 영역에서 정부가 한 걸음 물러나는 것을 선호해왔다. 이를 반영하듯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설정하지 않았다고 WSJ는 소개했다.

홍콩 소재 노무라 인터내셔널의 권영선 이코노미스트는 박근혜 정부가 과거 방식의 성장 모델을 편 이명박 정부와 달리 부의 편중 문제를 해결하려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전 세계적 흐름에 합류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다른 한편으로 외교통상부의 통상 기능을 과거 규제, 보호 위주의 정책을 편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함으로써 외국 기업들 사이에 우려가 일고 있다고도 WSJ는 지적했다.

AFP 통신은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 취임’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박 대통령이 북한 도발에 대한 불관용 원칙과 모두를 위한 경제 번영의 새 시대를 다짐하며 취임했다고 보도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사 대부분을 경제 분야에 할애, 일자리 창출, 복지 및 경제민주화 확충을 약속했다고 AFP는 전했다.

AFP는 박 대통령이 호전적인 북한 정권, 침체된 경제,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에서 치솟는 복지 비용 부담 등 상당한 난제를 안고 있다고 전망했다.

또 성 평등에서 수리남·아랍에미리트(UAE)보다도 순위가 떨어지는 한국을 이제첫 여성 대통령인 박 대통령이 다스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미국 케이블방송채널 CNN은 박 대통령이 첫 여성 대통령으로 한국의 역사를 다시 썼다면서 이날 취임식에서 북한의 위협에 맞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동시에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전했다.

CNN은 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했을 때 가부장적 전통이 남아있는 한국에서 하나의 장벽을 깬 것으로 평가받았지만,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산을 넘겨받았다는 점에서 만만찮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도 보도했다.

영국의 BBC방송도 박 대통령의 취임식 연설 내용을 담담히 전하면서 박 대통령이 당선될 당시 북한과 더 많이 대화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으로 북한에 회유 제스처를 보이기가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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