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 속에는 ‘꽃’으로 승화된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사진작가이자 생태작가인 진종구가 쓴 ‘그리스신화와 함께 읽는 토종야생 들꽃 생태기행―들꽃에 그리스 신화를 담아(어문학사)’는 신화 속 주인공들을 우리 토종 야생화와 들꽃, 희귀식물 등과 연결해 글을 이어가고 명화를 비롯한 식물의 사진들을 수록해 재미와 이해를 돕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들꽃을 바라보며 떠오르는 그리스 신화에 관한 독특한 생각의 편린들을 직접 촬영한 들꽃 사진과 함께 이 책에 담았다. 저자의 펜 끝에서 살아난 들꽃 속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들은 들꽃마다 가진 고유한 특성을 바탕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그리고 들꽃에 얽힌 신과 인간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는 그리스 신화 주인공들의 운명적인 삶을 가슴으로 체험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오늘의 우리를 되돌아보며 자연과 인간, 신의 상생이 신화에만 살아있지 않고 여전히 현실에 존재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인간의 상상 속 욕망이 반영된 신화의 주인공들은 사랑과 욕망, 질투와 배신, 탄생과 죽음, 모험, 오만과 속임수로 뒤엉킨 인간사의 천태만상을 보여준다. 특히 수많은 여인들을 거느리고자 하는 제왕 제우스의 호방한 면모는 헤라 여신의 질투를 부르고 수많은 여인들로 하여금 헤라 여신의 질투 아래 비운의 운명을 짊어지게 한다. 바로 그 수많은 여인들이 저자로 인해 들꽃으로 환생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꽃말과 분류, 별칭, 높이, 개화기, 꽃의 특징 등 전문적인 정보를 일별해 구체적인 생육 특징들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했고, 식물을 직접 키우는 데 도움이 될 만한 팁이 곳곳에 담겨있다.

이와 함께 그리스 신화와 관련된 15세기 이후의 유럽 회화 작품들을 수록, 인문학과 미술 분야의 기본적인 소양을 함양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한편 저자 진종구는 지난 2002년부터 남양주시에 거주하면서 6.25 동란 전적지를 답사하던 중 비무장지대(DMZ) 생태환경에 관심을 갖기 시작, 경기북구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부근과 우리나라 끝단에 있는 울릉도, 가거도, 백령도 등의 야생화를 연구하고 있다.

최명진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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