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천시 율면 월포리 구제역 돼지 매몰현장. 매몰지 내부에서 가스배출관을 타고 핏물이 흘러나온 흔적이 보인다. 이는 부패로 팽창한 사체에서 나온 핏물이 매립지 내부 압력을 견디지 못해 침출수 배출용 유공관이 아닌 가스배출관으로 분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

돼지 9천16마리를 묻은 이천지역의 한 구제역 살처분 매몰지 주변 지하수에서 심한 악취가 난다는 신고가 들어와 이천시가 수질검사를 의뢰했다.

17일 이천시와 주민들에 따르면 A농장은 지난달 18일 백사면 모전리의 논 4천㎡에 구제역 의심 증상을 보인 돼지 9천16마리를 묻었는데, 매립 열흘이 지난 후부터 매몰지에서 10여m 떨어진 관정의 지하수에서 역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매립지 주변에는 20여개의 시설채소단지(단지당 3천~1만3천㎡)와 주택 등에서 8개의 관정을 파 농업용수 및 식수로 이용하고 있다.

이날 현장 확인 결과, 매몰지에서 2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상추를 재배하는 하우스 안에 설치된 펌프를 이용해 지하수를 끌어올리자 역한 냄새가 진동했다.

주인 이희웅(33)씨는 “돼지를 매립한 지 열흘쯤 지나면서부터 하우스에서 가축 썩는 냄새가 났다”면서 “외국인 근로자 7명이 악취 때문에 먹는 것은 물론이고, 씻거나 빨래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단지에서 일하는 캄보디아인 햄소피아(35·여)씨는 “역한 냄새 때문에 물을 먹다 구토를 한 적이 있으며 다른 직원들이 악취 때문에 두통에 시달리기도 했다”고 고통을 토로했다.

지하수 오염 걱정 때문에 농사를 포기한 농가도 있다.

매몰지에서 100여m 떨어진 곳에서 엽채류를 재배하는 김성태(46)씨의 인근 농가 지하수에서 악취가 난다는 말을 듣고 2차 오염을 걱정해서 하우스 5개 동의 물 공급 장치를 끄는 바람에 채소가 모두 냉해를 입었다.

김씨는 “하우스에서 20여m 떨어진 농가의 지하수에서 악취가 난다기에 오염 위험 때문에 채소 재배를 포기했다”면서 “날이 따뜻해지면 우리 지하수도 악취가 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식수로 사용하던 지하수 대신 생수를 공동구매해서 먹고 있다.

이천시는 지난 11일 이후 세 차례에 걸쳐 해당 지하수를 채수해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 수질 검사를 의뢰했고, 결과는 오는 20일께 나올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사체 썩는 냄새라기보다는 분뇨 냄새에 가까우며 수질검사 결과를 지켜본 후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오기자/[email protected] 김재희기자/likehi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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