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신성한 공간으로 인식된 유적지
"사찰의 공간구성 체계 온전히 남아 있어"

김종임 양주시 학예연구사를 지난 14일 만나 세계유산 양주 회암사지의 가치와 강점을 물었다. 김 연구사는 2012년 시립 회암사지박물관이 건립된 직후부터 회암사지 연구와 세계유산 등재의 실현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국가유산청에서도 업무조율 능력과 연구실무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문화유산 학예사다. 그는 인터뷰에서 회암사지의 원형 상태로의 보존을 특히 강조했다.

김종임연구사
 

다음은 일문일답.


-유네스코는 세계유산에 등재되기 위해 탁월한 보편적 가치, 진정성, 보존관리의 완전성을 강조한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는 어떤 기준인가.

"유네스코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국경을 초월하여, 그리고 인류 전 세대가 모두 공감하는 독보적인 문화 또는 자연적 가치’로 정의한다."

-회암사지가 그 기준을 충족하나.

"회암사지 유적은 14세기 동아시아에 만개했던 불교 선종 문화의 번영과 확산을 증명하는 탁월한 물적 증거다. 선종의 수행 전통, 사원의 공간구성 체계를 구체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진정성’기준은 무엇이며, 회암사지는 어떤 측면에서 그 기준과 부합하나.

"회암사지는 선종의 기본 규범인 ‘청규’를 기반으로 14세기 말 조성되어 16세기 말 폐사됐다. 하지만 그 터가 온전히 남아 있어 중창 당시의 신앙, 수행, 생활공간으로 구성된 건물지가 원래의 배치와 형태를 현재까지 거의 유지하고 있다. 유적의 진정성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

-어떻게 확인했나.

"중창에 관한 문헌기록인 ‘천보산회암사수조기’와 고고학 발굴조사 결과를 통해 입증된 것이다."

-회암사지는 긴 역사 속에서 다양한 외부 요인에 의해 변화를 겪었다. 중심 사역 내 목재로 건축된 건물의 지상부는 모두 소실됐는데.

"하지만 석재로 축조된 기초, 기단 등의 건축 하부 구조물은 14-15세기에 조성된 모습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고승들의 기념물 또한 인위적 피해가 일부 있었지만, 선종사원을 구성하는 필수요소로 건립 당시의 모습을 대부분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유지, 관리할 계획인가.

"조성 당시의 기법과 재료를 바탕으로 최소한의 정비만을 해오고 있다. 진정성을 해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양주시가 직접 관리하며, 유산관리에 필요한 재원은 국가유산청과 양주시에서 분담한다. 14세기 말에 건립된 부도, 석등, 비석 등 고승들의 기념물이 현재까지 대부분 남아 있다."

-화재로 소실되었음에도 어떻게 그런 유적이 지금까지 남아 있을까. 추가적인 파괴가 자행되지 않았던 이유는?

"회암사지는 오랜 기간 사람들에게 불교 사찰터가 있는 신성한 공간으로 인식되었다. 또한 인근 회암동 지역에는 사찰과 관련한 지명, 설화 등이 전해지고 있다. 16세기 말 폐사 이후에도 사찰 터 상부에는 다른 시설이 거의 조성되지 않았던 점도 대체로 원형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로 본다."

-선종사원의 필수 공간 요소를 온전히 입증할 수 있다고 보는 건가.

"그렇다. 공간구성 요소들의 경계, 원래의 지형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 선종사원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수행시설인 방장, 승당, 전단림 등의 건물터가 온전하게 남아 있다. 신앙시설을 구성하는 보광전(불전), 설법전(법당) 등과 생활시설, 부속시설의 건물터도 마찬가지다. 지공, 나옹, 무학 등 회암사의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는 승려들의 기념물 또한 회암사지의 가치를 입증하는 요소인데, 그것들이 모두 온전하게 보존되고 있다."

-앞으로 예상되는 훼손에 대한 대비와 예방은 어떻게 준비되고 있나.

"회암사지는 입지와 소유관계, 법적 보호체계의 측면에서 예상되는 위해가 거의 없다. 유산구역은 현재 국공유지와 일부 사유지가 포함되어 있지만, 사유지는 모두 사찰 소유 토지다. 또한 문화유산법에 의해 엄격하게 규제받고 있다. 유산 지역과 주변까지 개발이 제한되어 있으며, 경미한 보수라도 문화유산위원회의 심의와 감독을 거쳐 최소한의 범위로 제한된다. 또한 충분한 범위의 공간을 법적 보호구역으로 설정했다. 개발 등 부정적 영향으로부터의 피해를 방지하고 유산의 원형을 보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속가능한 보존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한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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