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실패 극복하고 잠정목록 등재에 성공
치열한 관련 연구, 높은 평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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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시립 회암사지박물관 전경.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과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사진=양주시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전 세계 168개국에 분포돼 있다. 총 1,199건(2024년 6월 현재) 가운데 문화유산이 933건, 자연유산이 227건, 복합유산 39건이 등재돼 있다.

1972년 세계유산협약이 채택된 이후 각국의 관심은 해마다 고조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유산의 성격 간, 지역 간 불균형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총 16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한 국가다. 2023년 가야고분군이 가장 최근에 등재된 세계유산이다. 총 세계유산의 숫자와 당사국 수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적지 않은 세계유산 보유국으로 꼽힌다.

현재 198개 세계유산 협약국 중 세계유산 미 보유국이 27개국에 달한다. 1건만 보유한 국가도 34개국이나 있다. 지역 간 편중 현상이 심해짐에 따라 세계유산 자체 기준 강화라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2018년 1국가 1유산 신청제가 도입됐고, 2028년부터는 예비평가 제도(2022~27년 시범 운영)가 의무 조항이 된다. 세계유산 등재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양주 회암사지는 1964년 사적으로 지정된 이후 1985년, 1990년 부분적인 실측·현황조사가 이뤄졌다. 본격적인 발굴조사가 시작된 것은 1997년 ‘양주 회암사지 종합정비사업’이 시작되면서부터다.

종합정비사업을 통해 1997년부터 2016년까지 토지매입·발굴조사·박물관 건립·유적정비·공원화 등의 사업이 추진됐다. 약 20년간 총사업비 580억 원이 소요된 대규모 장기 프로젝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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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암사지에서 발굴된 보광전지 청동금탑. 태조 이성계와의 관련성을 입증한 가장 중요한 유물 중 하나다. 사진=양주시

1997년 시굴을 시작으로 2015년까지 12차에 걸쳐 추진된 발굴조사에서 용두·청기와· 왕실 도자기·청동금탁 등 수십 만점의 유물이 출토됐다. 2012년에는 양주시립회암사지박물관이 건립됐다. 회암사지 출토유물을 보존관리하고 조사와 연구, 전시, 교육, 홍보를 위한 전문박물관으로 회암사지 연구의 이론과 실무를 총괄하는 중심기관이다.

세계유산 등재 업무는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이 맡는다. 세계유산정책과가 주무 부서다. 등재 신청서 제출 자격은 최소한 1년 이상 잠정목록(tentative list)에 등재한 유산에게 부여된다. 따라서 잠정목록 신청 대상으로 확정되는 것이 첫 번째 관문이다.

2015년 12차에 걸친 발굴조사가 완료되자 양주시립회암사지박물관(2012년 설립)을 중심으로 세계유산 등재 추진을 위한 연구가 시작됐다.

2017년 회암사지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 발굴을 위한 기초조사 연구용역을 수행, 2018년 2월 문화재청에 첫 번째 잠정목록 등재신청서를 제출했다. 그해 4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 심의 결과는 안타깝게도 ‘부결’이었다.

완전성·진정성·보존관리 체계 부문의 평가는 긍정적이었으나 등재 기준 변경, 유산구역 설정 확대, 비교연구 등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2019년 전문가 자문을 통해 심화연구 계획과 등재 추진 전략을 다시 수립했다. 비교연구 심화를 위한 연구용역도 수행했다. 중국 ‘오산십찰’ 현지조사를 실시하고, ‘동아시아 선종사원 비교연구’를 주제로 국제 학술심포지엄도 개최했다.

이같은 비교연구 보완을 통해 등재신청서를 수정하고 9월 말 문화재청에 두 번째 잠정목록 등재신청서를 제출했다. 2020년 1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 심의 결과는 또다시 ‘부결’이었다.

유적의 중심 시기와 유산의 핵심가치 시기에 대한 불일치, 완충구역 확장, 일본 선종사원 비교연구 보완, 선종사원 건축 배치에 대한 중요성 보완 등이 필요하다는 결론이었다.

회암사지는 2020년 6월 문화재청 세계유산 잠정목록 연구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이에 따라 등재 가치를 보완키 위한 연구용역을 다시 수행했다. 유구 시기 분석, 국내 폐사지와 왕실사찰 비교연구, 일본 선종사원 비교연구 등을 집중 보완했다.

치열한 관련 연구도 병행됐다. 고고학·건축사·불교사, 미술사 등 분야별 연구진을 구성하여 전문가 워크숍, 콜로키움을 개최했다. 1년 6개월 간 연구진 월례 세미나 결과를 종합해 등재신청서를 다시 작성, 2021년 11월 문화재청에 세 번째 잠정목록 등재신청서를 제출했다.

2022년 1월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마침내 원안이 가결됐다. 회암사지가 우리나라 13번째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선정된 것이다. 영문번역과 문화재위원회 보고를 마치고, 유네스코 홈페이지에 등록되면서 2022년 7월 20일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으로 최종 등재됐다.

2017년 ‘화순 운주사 석불석 탑군’ 신규 등재, 2019년 ‘가야고분군 잠정목록 확장 등재 이후 3년 만에 이뤄진 잠정목록 등재였으며, 세계유산 등재 추진을 시작한지 7년 만에 거둔 값진 성과였다.

한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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