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치에 폭풍전야 경기북부

북 오물테러에 대북확성기 맞불

"콩 파종기인데… 올해농사 망칠라"

"우리도 인권 있다… 대북전단 반대"

북부주민들, 탈북민단체에 쓴소리

"어제는 풍선 잔해가 날라오고, 그저께는 박스 조각 같은 게 떨어졌어요. 이제는 멈출 때가 되지 않았나요."

10일 오전 파주시 탄현면 오금2리에서 만난 주민 A씨는 잇따른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에 대북확성기까지 켜지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정부가 대북확성기 카드를 꺼내든 지 이틀째 북한과 가장 맞닿은 오금리 마을은 차분함과 긴장감이 공존한 상태였다.

같은 마을 주민 B씨는 "아직은 큰일 없이 조용한 상황이지만 언제 시끄러워질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2주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북한의 대남 전단 살포에 정부가 대응 차원으로 대북확성기를 6년 만에 재개하면서 경기북부를 낀 접경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과거 북한의 도발 때마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아온 이곳 주민들은 남북 긴장 수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대북확성기가 재개됐다는 소식에 생계유지 수단인 농사를 망치진 않을지 우려했다.

이날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안에 있는 통일촌마을의 이완배 이장은 중부일보에 "농민들의 걱정이 크다"고 전하며 한숨을 쉬었다.

통일촌마을에는 약 430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콩을 재배하는 마을로 유명한데, 요즘 같은 콩 파종 시기에 남북 관계 악화로 인해 농경지 출입이 통제되면 올해 농사는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이장은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탈북민단체에 좋지 않은 감정이다"며 "탈북민단체에도 인권이 있지만 우리 북한 접경 주민들에게도 인권이 있다. 정부에 대북 전단 살포 중단을 건의해도 어차피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차례에 걸친 대남 전단 살포 과정에서 주요 풍선 발견지로 꼽히는 김포시에서도 긴장감이 감지됐다. 김포는 이날 오전 9시 11분께도 고정리 한 공장 등에서 오물과 종이가 발견됐다.

김포시 주민 C씨는 "탈북단체에서 날린 대북 전단에 반감을 갖고들 있다"며 "오물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데 안심하고 살 수 있겠나"고 하소연했다.

무엇보다 북한이 가장 경계하는 대북확성기 가동이 시작된 만큼 북한도 기존의 오물 풍선이 아닌 진화된 형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력도발 우려에 안전대책 요구

"단기간 대북 긴장완화 안될 것"

"대치 상황 오래가지는 않을 것"

전문가들 출구전략 시기 엇갈려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도 오물풍선 살포 직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만약 한국이 국경 너머로 삐라 살포 행위와 확성기 도발을 병행해 나선다면 새로운 우리의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며 도발 수위를 높이겠다고 위협했다.

전문가들은 접경 주민들의 불안감을 낮출 수 있는 정부의 방안이 필요하다면서도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 행위의 중단 시기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접경지 주민들이 단순히 불안감만 가지기보단 처한 상황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며 "정부의 강경한 대북 기조에 단기간에 긴장감이 완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주민들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대치 상황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북확성기가 2015년 목함지뢰 도발에 대한 북한이 유감을 표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미쳤는데, 이번에도 효과가 있다면 오물풍선도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 정부가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북한도 쉽게 위험 부담을 안고 선제 타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상황이 더 악화한다면 이동식 확성기도 도입할텐데 타격하기는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군과 정부는 이날은 대북확성기 방송을 가동하지 않기로 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비열한 행위를 할 경우에는 즉시라도 방송할 준비는 돼 있다"고 밝혔다.

합참은 북한이 지난 9일 밤부터 10일 오전까지 살포한 대남 풍선은 310여 개로 집계됐다.

박영재·지봉근·노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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