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지긋지긋한 선거가 끝났다.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여론조사라고 시도 때도 없이 걸려 오는 전화에 모든 국민이 그런 민폐가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국민이 먹고살기 힘들다며 자신들이 당선되면 국민의 삶을 좋게 할 수 있다고 했지만, 경제가 국내가 아니라 세계 속에서 돌아가는 이 시대에 어려운 세계 경제를 한 국가의 정치력으로 개선할 수는 없다. 한국이 정치를 잘한다고 기름값이 내리고 물가가 내리고 금리가 내릴 리 만무하다. 세금을 마구 걷어 국민에 물 쓰듯 퍼주는 정치는 할 수 있겠지만, 그 외는 불가능하다.

전 세계가 고유가 고금리 고물가에 시름하는 상황에서 정치를 더 잘하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돌파구를 찾으며 버텨나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상대의 실패만을 바라는 한국의 정치가 난국 타개에 도움이 된 적은 거의 없다. 역대 정권을 경험했을 테니, 정권이 바뀐들 어려운 경제 상황이 바뀌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편이 낫다.

선거가 민심을 나타내는 것이지만, 민심만을 본다면 금번 총선은 여당의 큰 패배도 야당의 큰 승리도 아닐 수 있다. 당선자 수에는 큰 차이가 나지만 득표율에는 그리 큰 차이가 안 나기 때문이다. 금번 선거가 대통령을 심판하는 것이라면, 평소 대통령의 지지율이 겨우 30%대를 유지하는 정도였는데 선거 결과는 여당이 45%를 넘는 득표율이라니 그렇다면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히려 총선에서 높아졌다는 말인데 있을 수 없다.

민심을 논한다면 득표율대로 국회의원이 배분되어야 옳다. 야당 대승의 총선 결과는 선거제도에 기인하는 것일 뿐이다. 득표율 몇 %에 기인하는 결과에 국민 모두의 변심한 목소리인 양 민심 타령은 지나치다. 하지만 적은 득표율을 극복하지 못한 결과는 민심과는 달리 어마어마한 여소야대의 정국을 가져왔으니, 정부 여당의 자세는 크게 변해야 마땅하다.

어쨌든 많은 국민은 국회의원들 자체에 피곤해 있다. 아니나 다를까 선거가 끝나자마자 야당은 정부 공격에 탄력을 받았다는 듯이 선거 결과에 대한 아전인수격 해석을 반복하며 다시금 혼란스러운 한국을 예고하고 있다. 세계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인데, 한국의 안전과 발전을 기원하는 국회의원들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

사실 대통령이 내각을 어찌 구성하든 국회의원들은 국회에서 본인들에 주어진 권한을 잘 발휘하면 그뿐이다. 5년 만에 허무하게 무너진 야당은 상대 지적에 앞서 정의로운 행동 쌓기가 먼저이다. 실은 입법으로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권한을 크게 제한하면 모든 문제가 간단한 해결될 일이다. 툭 하면 특검을 하자 하니 검찰공화국이라면서 국회가 또 하나의 검찰인 듯하여 주장의 잘잘못을 떠나 지겹기 그지없다. 여야 모두 늘 협치를 말하지만, 협치란 요구하기에 앞서 먼저 협조하면 이루어지는 단순한 것이다. 협치가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시키거나 상대를 공격할 구실로 사용하니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

정치 보복적인 구호가 국민을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민생현안인지, 국회의원직이 본인들의 한풀이하는 자리쯤으로 변질되었다. 이제는 민주니, 독재니 하는 이분법적 구호도 시효가 지났다. 정치를 잘못하거나 정치세력이 마음에 안 들 뿐이지, 한국이 독재국가일 수는 없다. 독재국가라면 비판자는 이미 제거되었을 것이다.

한국이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는 경제 대국이면 무엇하랴. 늘 내부 싸움으로 극한 대립만 반복하여 안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데, 진정으로 국민이 행복해지고 있는 나라인지 의문이 든다.

자신들이 국회의원이 될 만한 인물이라 자부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국회의원이 되었으면 개인이나 당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한 번쯤은 생각해라. 그리고 정치가 권력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에 대한 헌신과 봉사임을 자각하고, 큰 욕심 버리고 국민을 위해 입이 아니라 일로 말해 주기 바란다.

모세종(인하대 일본언어문화학과교수)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