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협상 결렬 이유... 미술관과 국가유산청 미묘한 견해 차

회암사 사리반환 기념식 윤대통령 참석
지난 19일 양주시 회암사지에서 열린 사리 이운 기념 문화 축제행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조계종 총무원장 징우스님과 함께 참석한 대중에게 합장하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양주시>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19일 오전 경기 양주 회암사지에서 개최된 ‘회암사 사리이운 기념 문화축제와 삼대화상 다례재’에 참석했다. 4천여 명의 내빈과 함께 100년만에 환지본처한 가섭불·정광불·석가불·나옹선사, 지공선사 등 ‘3여래 2조사’의 사리 귀환을 축하했다.


이번에 돌아온 사리는 본래 양주 회암사의 지공선사 사리탑에 모셔져 있다가 일제강점기에 불법 반출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사리가 공개되는 것은 고려 후기 사리탑 봉안 이후 600년 만에 최초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조계종은 " 20여 년간 숙원이 된 사리 반환에 문화예술 분야에 관심이 높은 김건희 여사가 큰 공헌을 했다"며, 사리 이운 기념행사에 윤 대통령 부부의 참석을 요청하는 바람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 여사는 "사리가 환지본처 되어 매우 뿌듯하며 이를 계기로 불교가 중흥하길 바란다"며 "이번 환지본처는 제가 아니라 천만 불자들의 염원이 이룬 결과라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지난 해 11월 보스톤 미술관 측이 보스톤 한국영사관에 보낸 공식 서한에 따르면 보스톤 미술관 측은 ‘사리와 사리구를 분리하는데 한국 문화재 당국이 반대하지 않는다면’, 사리를 조계종에 돌려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Our poition is that as long as the Ministry of Culture and 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 raise no objection to the separation, the MFA remains prepared to transfer the relics to the Jogye Order of Korean Buddhism.)

보스톤미술관공식서한
중부일보가 입수한 지난 해 11월 29일 보스톤 미술관이 가섭불, 정광불, 석가불, 나옹선사, 지공선사(3여래 2조사)의 사리이운에 관해 주 보스톤 한국 총영사관에 보낸 공식 서한 <제공=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혜문스님>

사리 반환에 대한 김 여사의 관심이 알려지면서 국가유산청(구 문화재청)이 보다 유연한 입장을 보여준 게 반환 성사의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국가유산청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입장 변화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사리와 사리구의 동시 반환이 바람직하지만  당시에도 사리만의 반환에 미술관과 불교계가  합의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과거 협상 결렬 이유에 대해 보스톤 미술관 측과 국가유산청 측이 미묘한 견해 차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국가유산청은  대신 사리구의 임시 대여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측이 절차 등 세부적인 사항을 조율 중에 있지만 보스톤 미술관 측이 이사회의 동의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한기홍기자

<보스톤 미술관이 지난해 11월 보스톤 한국 총영사관에 보낸 공식 서한 전문>

November 29, 2023

Dear Colleagues,

As you know, the Museum of Fine Arts, Boston (MFA) has in its collection a Buddhist Reliquary from the 14th century that contains sarira, symbolic remains of the Buddhist monks Naong and Jigong. The reliquary was acquired by the MFA from a Boston dealer in 1939.


In January 2009, the MFA received a request from the Jogye Order of Korean Buddhism, represented by the monk Hye Moon, for a return of the reliquary. There is no evidence that the reliquary was stolen or illicitly transferred, thus there is no basis for the MFA to deaccession and restitute it. 


Recognizing that the sarira hold religious significance, however, the Museum considered transferring the relics and retaining the reliquary. Between 2009 and 2012, the MFA also had conversations with representatives from your offices, and was advised by the 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 not to separate the reliquary from its contents.


The MFA is still not in a position to deaccession the reliquary, but we would be happy to resume conversations about transferring the sarira. We continue to recognize that they are sacred objects, not works of fine art, and require appropriate stewardship. 


On November 7, 2023, Hye Moon visited the MFA to view the reliquary and meet with members of MFA staff about the matter. Our position is that as long as the Ministry of Culture and 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 raise no objection to the separation, the MFA remains prepared to transfer the relics to the Jogye Order of Korean Buddhism. As we discussed with Hye Moon, because there were several offices involved in the conversation in the past, we will not take any action without achieving some consensus today.


At your earliest convenience, would you please let me know whether you are amenable to the MFA’s plan to transfer the sarira to the Jogye Order of Korean Buddhism? We would be delighted to arrive at an amicable resolution to this longstanding situation.


<번역>

"우리는 사리를 한국에 보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아시다시피, 보스턴 미술관(MFA)은 불교 승려 나옹과 지공의 상징적인 유적인 사리를 소장하고 있습니다. 이 유물은 1939년에 MFA에 의해 보스턴의 한 딜러로부터 인수되었습니다.


2009년 1월, MFA는 대한불교조계종을 대리한 혜문으로부터 사리구의 반환을 요청받았습니다. 이 사리구가 도난당했거나 불법으로 양도되었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MFA가 사리구를 매각하거나 처분할 근거는 없습니다.
그러나 사리가 종교적인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한 미술관은 사리를 (한국에) 반환하고 사리구는 (미술관에) 보존하는 것을 고려했습니다. 2009년과 2012년 사이에 우리 미술관은 한국 측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눴고, 당시 한국의 문화재청으로부터 사리구를 그 내용물과 분리하지 말라달라는 조언을 받았습니다.
우리 미술관은 아직 사리구를 처분할 입장에 있지 않지만 사리를 양도하는 대화를 재개할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우리는 사리가 성물이긴 하지만 미술품은 아니라는 인식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여전히 사리구를 (양도)처분할 상황에 있지는 않지만, 우리는 기꺼이 사리를 반환하는 문제에 대한 대화를 재개할 것입니다. 우리는 사리가 순수 예술 작품이 아니라 신성한 물건이라는 것을 계속 인식하고 있고, 사리는 적절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2023년 11월 7일 혜문은 MFA를 방문하여 유물을 살펴보고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MFA 직원들과 만났습니다. 우리의 입장은 한국의 문화재청이 (사리와 사리구의) 분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한, 대한불교조계종에 사리를 이관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혜문과 논의한 바와 같이 이 대화에 관여된 기관이 여럿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 기관 간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입니다.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대한불교조계종에 사리를 이관하려는 우리의 계획에 긍정적으로 응할 수 있는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이 해묵은 상황에 대해 원만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면 우리 미술관은 기쁘게 생각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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