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 음주

가정 내 알코올중독·의존증은 자신의 자식마저 같은 길을 걷게 할 뿐 아니라 대대로 끊이지 않는 가정 내 ‘악습’이 될 수 있다.

술의 부작용 등에 대한 인지나 정확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어려서부터 절제되지 않은 부모의 음주를 목격하게 된다면 그 자녀 역시 알코올 의존증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윤명숙 전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지난 2001년 학회지에 실은 ‘퇴원한 지역사회 알코올중독자의 음주 및 단주 관련 특성과 음주위험상황’ 논문에 따르면 연구 대상자의 60.2%가 알코올 가족력을 지녔으며, 가족력을 지닌 대상자의 음주 문제가 더 심각했다.

임선영 가천의대 길병원 신경정신과 교수가 2005년 발표한 ‘여성 알코올중독자의 중독과정에 대한 사례연구’에서는 한국 여성 알코올 중독자들의 가정환경이 음주 행위에 매우 친숙한 환경이었다는 공통된 특징이 드러났다.

이에 더해 가족 중에서 심각한 술 문제를 가진 사람이나 음주 문제로 사망한 사례가 있는 경우는 80%에 달했다.

이처럼 알코올중독에 있어 가족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지난 2월 다사랑중앙병원에서 222명(남성 174명·여성 48명)의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알코올 가족력 설문조사’에 의하면 ‘알코올 가족력’이 있는 이들은 159명으로 71.6%라는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전문가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사회적으로 술에 관대한 문화가 형성돼 있어 알코올에 대한 제도적 체계가 미비했다. 이에 더해 자살 문제나 기타 중증 정신질환에 비해 환자 수가 적은 편이라 동일한 정신 건강의 영역이면서도 공공 정신건강 지원 정책에서 많이 소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해국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알코올중독자를 둔 가정을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인식이 높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알코올중독자를 부모로 둔 가정의 자녀에 대한 사회적 인식(관심)이 높다면 이들이 부모와 같은 길로 빠지는 것을 사전에 일부 예방할 수 있다"며 "자녀들이 이른 나이에 술을 접하거나 방치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 이를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받아들이고 그에 개입할 수 있는 분위기나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수민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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