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부터 소위 정치와 관련된 사람들부터 일반 국민에 이르기까지 어제 있은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나름의 염려를 남겼다. 아마도 남은 임기 3년의 방향을 결정할 분수령이 될 시간이라는 공통적인 생각들이다. 그만큼 지금의 시간이 중요하고 대통령의 여러 결단이 필요했던 현실이었다. 여당의 4·10 총선 참패 속에서 취임 2주년을 맞는 윤 대통령이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절박감도 없지 않았다. 그래야 민심의 지지를 회복하며 국정 운영 동력을 얻을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많은 여당 의원들은 종전처럼 자기주장을 고집하거나 변명으로 흐를 경우를 염려했던 게 사실이다. 다시 말해 지난번처럼 사안을 자세히 설명하려 하거나 변명 일변도로 가면 더한 국민들의 비난을 살 수 있어서다.

하지만 어제 윤 대통령은 일단 국민에게 고개를 숙이는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먼저 가장 관심이 모아진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을 언급했고 또 사과했다. 또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와 관련해서도 수사 기관의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의혹이 남을 경우 직접 특검을 요청하겠다고 밝혀 그간의 오해를 어느 정도 씻었다는 평가다. 다만 야당에서 요구하는 김 여사 관련 특검에 대해 "특검은 검·경 공수처 같은 기관의 수사가 봐주기나 부실 의혹이 있을 때 하는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혀 앞으로 야당에서 잇단 공세가 예상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취임 2년 회견에선 남은 임기 3년을 이끌어갈 구체적인 정책 기조와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에 윤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생중계한 모두 발언에서 "민생의 어려움은 쉬 풀리지 않아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다"며 "앞으로 3년 저와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더욱 세심하게 민생을 챙기겠다"고 약속의 말도 빼놓지 않았다. 물론 여당의 주문처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갈등 해결자 면모를 보여줘야 하고 여야, 의정 갈등 문제 등을 풀 가닥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문에 더욱 소통하는 정부, 민생에 관해 국민 목소리를 더욱 경청하는 정부로 바뀌어야 한다는 기조 변화는 맞다고 대답해 어느 정도의 변화가 불가피함을 피력했다는 생각이다.

물론 예상대로 민주당은 국민 누구도 공감할 수 없는 자화자찬이라는 평가절하로 메워졌다. 한마디로 국정운영에 대한 반성은 찾을 수 없었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매우 유감스럽다는 말 한마디가 모든 것을 대신하는 듯 보인다. 말 그대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해 무조건 수용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분간 창과 방패에 대한 평행선은 여전하다는 생각이다. 특검으로 가면 모든 상황이 더 엉클어질 것을 뻔히 아는 용산이고 무조건 특검으로 이끌어 현 정권을 끌어내리려는 야당의 그것도 만만치 않은 이유다. 다만 당장 국민이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메시지와 의료현안 등 시급히 처리해야 할 민생 법안에 대한 호소력 있는 메시지가 충분치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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