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정동’의 허지윤(27)감독. 사진=박유진 기자
영화 ‘가정동’의 허지윤(27)감독. 사진=박유진 기자

허지윤(27) 감독은 인천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로, 단편영화 ‘가정동’은 ‘새 사람’(2017), ‘트레비’(2020)에 이은 그의 세 번째 작품이다.

‘가정동’은 인천 서구 가정동에 사는 청년 성운이 일을 위해 청라를 오가며 고단한 하루를 이어가던 중 우연히 동네 담벼락에 붙어 있는 시를 발견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 속에는 성운이 살고 있는 친근한 가정동 원도심과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층고를 높이고 있는 개발현장이 어우러지는 서구의 현재가 담겼다.

가정동과 청라동은 같은 인천이지만 사뭇 다른 풍경으로 그려졌다. 대조적인 인천 북부 도심의 모습은 지역 고유성의 상실과 노동자의 위치 등의 문제와 맞닿는데, 이러한 연출에는 실제 청라와 가정동에서 모두 살아본 허 감독의 관찰력과 고민이 녹아들어갔다.

허 감독은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는 제 일상과 가까운 곳에서 포착하는 편이다"라며 "그러니 영화의 소재나 배경을 고민할 때 제가 태어나고 자란 인천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더라"고 말했다.

이어 "인천은 다양한 지역에서 찾아온 사람들이 모여 있는 이민자의 도시고, 노동자의 도시이기도 하지 않나. 제 아버지도 원래 거제도 대우조선에서 일하다 부평 대우자동차로 직장을 옮기면서 가족이 인천에 정착하게 됐다"며 "‘인천 영화인’이라는 정체성은 아직 찾아가는 단계이지만, 인천이라는 지역의 특수성이 주는 남다른 재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허 감독은 가정동을 찍기 훨씬 이전 서구 가정동에 있는 ‘콜롬비아 육교’를 처음 본 순간부터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오랜만에 찾아간 콜롬비아 육교 인근 어느 집 담벼락에 시가 쓰인 화이트보드가 걸려 있는 것을 발견하면서 영화 ‘가정동’이 탄생하게 됐다.

다만 여건의 한계로 당시 허 감독이 실제로 본 시와 주택을 그대로 영화에 담을 수는 없었다. 영화속에 나오는 시 중 이생진 시인의 ‘시를 훔쳐가는 사람’ 외에 ‘콜롬비아’, ‘목숨’ 등은 허 감독이 직접 썼다.

그는 "인천 계양구 효성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친구들을 만나러 가정동에도 자주 왔었다. 가정동에 있는 롯데리아에서 친구의 생일파티를 하기도 했었다"며 "새 영화에 대한 시나리오를 쓰고 지우고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가정동을 오가며 보았던 ‘콜롬비아 육교’를 떠올리면서 돌파구를 찾았다"고 했다.

이어 "가정동 일대에서 촬영지를 물색하던 중 자신이 화이트보드에 시를 쓰고 걸은 그 집의 주인이라는 연락을 받은 일도 있었다"며 "영화의 시작점이 된 주인공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도 함께 찍었는데, 너무 신기해서 믿기지가 않았다"고 말했다.

‘가정동’은 지난 1일 전주시 완산구 전주객사(고사동)일대에서 개최된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특별상영: 지역 독립영화 쇼케이스’ 부문에 초청돼 6~7일 이틀 간 상영됐다.

상영이 종료된 후에 진행되는 ‘관객과의 만남(GV)’에는 허 감독도 참여해 현장 관객과 ‘가정동’에 대해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박유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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